서울 은평구 충암고에서 급식비를 안 낸 학생들에게 공개 망신을 준 사건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교감이 2일 점심시간에 배식을 받으려고 줄 선 학생들에게 “넌 1학년 때부터 몇백만 원을 안 냈어. 밥 먹지 마라” “꺼져라. 너 때문에 다른 아이들이 피해 본다” 같은 폭언을 했다는 것이다. 급식실 앞 복도에서 학생들의 급식비 납부 현황을 일일이 체크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학교 측은 “최근 4년간 못 걷은 급식비가 8237만 원”이라며 “매년 쌓이는 손해를 감당하기 힘들다”고 해명했다. 형편이 괜찮으면서 이런저런 이유로 급식비를 상습 체납한 가정도 문제지만 교감의 행동도 교육적이지는 않다. 급식비 촉구는 차라리 교실에서 했어야지 밥 먹으러 간 학생들을 내쫓는 건 너무했다. 이 학교는 2011년 공사비 횡령과 회계 부정 등 32건의 비리가 적발돼 교육청으로부터 29명의 징계를 요구받은 바 있다. 그러나 이를 거부해 6억7000만 원의 예산을 못 받아 놓고 학생들에게 화살을 돌리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경남도의 전면 무상급식 중단을 놓고도 논란이 있다. 홍준표 지사가 무상급식 예산 643억 원을 저소득층 자녀의 EBS 교재비와 교육비로 돌린 데 대해 “포퓰리즘 폐지가 옳다”와 “지나쳤다”는 의견이 엇갈린다. 그러나 전면 무상급식에 반대하면서도 홍 지사의 추진 방식에는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급식비 지원을 받으려면 10여 가지 서류를 내야 하는 판이니 학생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부족하다.
▷무상급식은 KBS ‘개그콘서트’의 소재로도 등장했다. 5일 선보인 새 코너 ‘민상토론’에서 사회자는 다짜고짜 토론자에게 “무상급식을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 다그쳤다. 토론자가 “아이들 먹는 문제니까 중요한데…” 하면 “찬성하는 거냐”고 단정하고, “홍준표…” 하면 “홍 지사를 지지하냐”고 윽박질렀다. “어떻게?”라는 토론은 사라지고 이거냐 저거냐 양자택일만 강요하는 사회를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것 같아 웃으면서도 뒷맛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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