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집단구타 사망사건의 군사법원 항소심에서 재판부가 상해치사죄를 적용했던 1심과는 달리 가해자 4명 모두에게 살인죄를 적용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폭행 과정에서 피해자가 죽을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남아있지만 이번 판결은 살인죄라는 새로운 잣대로 군내 폭력과 가혹행위에 경종을 울렸다.
윤 일병은 지난해 3월 3일부터 사망한 4월 7일까지 한 달 넘게 선임병들로부터 심한 구타와 가혹행위를 당했다. 선임병들이 뱉은 가래침과 자신이 토한 음식까지 핥아먹어야 했다. 윤 일병에 대한 부검 결과 갈비뼈 14개가 부러지고 복부 심장 폐 내장 등에 피가 고여 있었다. 그런데도 군은 서로 입을 맞춘 가해자들의 진술에 의존해 “음식을 먹다가 선임병에게 얻어맞아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며 단순 폭행 사건으로 발표했다. 군 내부의 제보와 민간단체인 군 인권센터의 노력이 없었다면 사건은 묻혀 버릴 수도 있었다.
군에서 가혹행위 등의 사건이 발생하면 지휘관들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사건 자체를 은폐하거나 축소하기에 급급한 경우가 많았다. 사건이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을 뿐 아니라 사망 사고의 원인조차 제대로 밝혀지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윤 일병 사건에서 군 검찰은 당초 가해 병사들을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했다가 비판 여론이 비등하자 뒤늦게 공소장을 변경해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일반 조직과는 다른 군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병사의 생명을 위협하는 구타와 가혹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 그대로 방치하면 병사들의 사기 저하 등으로 국가 안보에도 심각한 위해 요소가 될 수 있다. 군내 폭력을 근절하려면 치밀한 예방 조치와 함께 가해자들을 엄벌함으로써 일벌백계의 교훈이 되도록 해야 한다. 윤 일병 사건이 발생한 지도 1년이 넘었다. 2심 재판을 계기로 정부와 군은 다시 한 번 군내 폭력과 가혹행위에 대한 경각심을 되새겨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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