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와 유가족 등 2500여 명이 그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폐기 총력행동 문화제’를 연 뒤 “청와대로 가겠다” “청와대가 범인이다”라고 외치며 불법 시위를 벌였다. 경찰에 대한 폭력까지 난무한 시위로 밤늦게까지 도심이 마비되고 공권력 무력화 사태가 벌어졌다.
304명의 희생자를 낳은 4·16 세월호 참사 1년이 다가오는데도 갈등과 대립이 끝없이 이어지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세월호의 비극 앞에서 이준석 선장과 청해진해운, 구조에 실패한 해경, 그리고 관피아의 적폐에 눈감은 공직사회까지 누구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국회는 지난해 10월 세월호특별법을 통과시켰으나 시행령을 둘러싸고 정부와 유가족의 의견이 어긋나 세월호 1주년인 16일까지도 특별조사위원회가 출범하지 못할 공산이 커졌다.
국민대책회의와 유가족대책위 등은 정부가 조사위 정원을 125명으로 한 세월호특별법과 달리 시행령에선 90명으로 축소하고 배상·보상 규모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고 반발한다. 정부가 특별법 시행을 놓고 오해를 살 수 있는 행동을 한 것은 신중하지 못했다. 그러나 시행령에 문제가 있다면 적절한 절차에 따라 수정하면 될 일이다. 더욱이 정부가 사실상 인양을 결정한 마당에, 시위대가 “대통령이 인양을 확약하고 구체적 일정을 제시하라”며 청와대로 몰려가는 데 박수 칠 국민은 많지 않다.
세월호 1주년은 온 국민이 희생자를 추모하며 우리 사회가 얼마나 ‘안전한 나라’로 거듭났는지 되짚어 보는 날이 돼야 한다. 이제는 세월호 유족들도 비극적 참사를 정쟁화하면서 끊임없이 갈등을 확대 재생산해온 정치적 세력과는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정부는 “세월호 이전과 이후의 대한민국은 전혀 다른 나라가 되도록 하겠다”며 국가 대개조 의지를 밝힌 박근혜 대통령의 약속이 현장에서 얼마나 이행됐는지 철저히 점검해 그 결과를 내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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