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정재락]산재모병원 늦추면 안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1일 03시 00분


정재락 부산경남 취재본부 부장
정재락 부산경남 취재본부 부장
울산과학기술대(UNIST)가 국립대 법인으로 울산에서 개교한 것은 2009년 3월. 개교 7년째인 올 9월 UNIST는 울산과학원으로 전환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광주과학기술원(G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에 이어 4번째 국가 과학기술원이 되는 것이다.

이 UNIST에 국내 최초로 새로운 형태의 산업재해 전문 의료기관이 건립된다. 바로 산재모(母)병원이다. 산재모병원은 전국 10개 산재병원의 ‘어머니’(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산재에 특화된 의료 시스템이 구축돼 중증 외상 환자의 회복에 도움을 주게 된다.

산재모병원 울산 건립은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이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월 산재모병원 건립을 확정해 발표했다. 총 3034억 원을 들여 국도 24호선과 접한 UNIST 캠퍼스 남쪽 10만여 m²의 터에 500병상 규모로 짓는 것이다. 개원 시기는 2020년. 예정대로 개원하려면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 타당성조사가 다음 달 중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 그래야 내년도 예산에 산재모병원 설계비와 공사비 일부인 427억 원이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재모병원이 들어설 울산은 현장 근로자가 18만 명에 이르는 ‘산업 수도’다. 자동차 화학 조선 등 대형 사업장이 몰려 있다. 관련 업종의 중소기업이 밀집한 산업단지도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크고 작은 산재가 끊이지 않고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울산에는 산재 전문병원이 없다. 산재모병원을 울산에 건립하기로 한 가장 큰 이유다.

현재 매년 국내에서 발생하는 산재 환자는 9만여 명. 이들을 위해 산재병원 10개와 상급병원 40여 개, 산재지정병원 5000여 개가 있지만 산재 환자의 작업복귀율은 58.2%에 불과하다. 미국 독일 호주의 작업복귀율(82∼92%)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신체장애율도 최근 10년간 11%포인트 증가했다. 노동계는 산재모병원의 부재(不在)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고용부는 산재모병원이 개원하면 신체장애율을 4%포인트 이상 줄일 것으로 보고 있다.

고용유발효과 3782억 원을 포함해 경제적 파급 효과도 총 9255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연간 300조 원에 이르는 세계 의료기기 시장 진출에 파란불이 켜지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산재모병원 설립 주체인 근로복지공단을 비롯해 안전보건공단과 산업인력공단 등이 모두 울산 혁신도시로 이전했고 고속철도(KTX) 울산역과 가까워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것도 강점이다. UNIST 의학·생명공학연구 분야의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진단치료기법 연구를 위한 산학협력 체계 구축도 가능하다.

산재모병원은 1800만 명 근로자들의 숙원인 동시에 의료 분야의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산재모병원은 계획대로 2020년에 반드시 개원해야 한다. ‘창조경제’는 멀리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정부가 산재모병원 울산 건립 과정에서 보여 줘야 한다.―울산에서

정재락 부산경남 취재본부 부장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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