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은 ‘미스터 쓴소리’로 불린다. 노무현 정부 때는 “한국은 행동은 없고 말만 많은 나토(NATO·No Action Talks Only) 국가”라고 정부를 힐난했다. 노동계에 대해서는 “떼로 몰려와서 떼만 쓰는 떼법”, 정치권은 “갈등 조정 능력을 잃은 3류”라고 비판했다. 대기업만 대변한다는 소리도 들었지만 거침없고 직설적인 말투로 남들이 못하는 소리를 시원하게 잘한다는 평도 많았다.
▷두산그룹이 중앙대를 인수한 2008년 박 회장은 이사장에 취임해 “중앙대라는 이름만 빼고 다 바꾸겠다”고 공언했다. 실제로 대대적인 학과 통폐합을 했다. “사회복지학과, 아동복지학과, 가족복지학과가 따로 있어야 하나? 그럼 왜 할머니복지학과, 할아버지복지학과는 없나?” 그는 관련 학과를 사회복지학부로 통합했다. 연구 안 하는 교수는 연구실을 빼앗았다. 올해 2월엔 2016학년도 신입생부터 아예 학과제를 폐지하고 2∼3학기 진로탐색을 한 뒤 전공을 선택하게 하는 ‘학부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안)’을 발표했다.
▷그의 대학 개혁에 대해선 논란이 분분하다. 한쪽에선 대학은 취업학원이 아닌데 지나치게 시장논리로 접근한다, 인문학이나 기초학문을 고사시킨다는 비판이 있다. 다른 쪽에선 교수 위주의 ‘학과 이기주의’를 버리고 학생 중심의 유연한 학사구조로 가는 게 맞다는 반론도 있다. 중앙대 측은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은 인문학적 소양이지 인문학 전공자가 아니다”라고 했다. 너무 비슷비슷한 한국 대학 중에 중앙대 같은 대학이 있는 것은 신선하다.
▷그러나 결국 설화(舌禍)로 개혁에 제동이 걸리게 생겼다. 학사구조 개편에 반대하는 교수들에 대해 “제 목을 쳐달라고 목을 길게 뺐는데 안 쳐주면 예의가 아니다. 가장 피가 많이 나고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쳐줄 것이다”고 지난달 보직교수들에게 e메일을 보낸 사실이 알려져 어제 중앙대 이사장과 두산중공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장수가 칼을 꼭 쓸 곳에 써야 하는 것처럼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도 정제된 언어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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