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정근모]상생의 한미 원자력협력, 이제부터가 시작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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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모 전 과학기술처 장관
정근모 전 과학기술처 장관
2010년부터 시작된 한미 원자력협력협정 개정 협상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

협상을 둘러싼 지난 4년간의 숱한 국내외 논쟁들을 되짚어 보면 한미 원자력협정은 단순히 국내 원자력계만의 이슈가 아니라 국가의 안보와 위상이 달린 문제이었던 듯싶다.

하지만 이러한 논쟁 속에 묻혀 간과되고 있는 점은 ‘협력’이다. 이번에 타결된 협정의 정확한 명칭은 ‘대한민국 정부와 미합중국 정부 간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협력 협정’인데 어느 순간 ‘협력’이라는 단어가 논의의 중심에서 한편으로 물러나 있는 것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정부는 신(新)원자력협력협정 개정에 있어 양국이 서로 대등한 위치에서 미래지향적이고 전략적인 파트너로 성장할 기틀을 마련하고자 머리를 맞대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신협정에서 눈에 띄는 점은 사용 후 핵연료의 효율적 관리, 원전연료의 안정적 공급, 원전수출 증진의 3대 주안점 이외에도 원자력 안전, 핵 비확산, 차세대 원자력시스템, 핵 안보 등 지속가능한 원자력 발전을 위해 글로벌 차원에서 양국이 협력을 촉진하기로 약속한 점이다. 이러한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을 신협정에 명시한 것은 과거 통제 차원의 협정에서 벗어나 협력 중심의 협정으로 양국의 원자력협력 패러다임이 전환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 세계적으로 원자력계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산통을 겪고 있다. 미국은 스리마일 원전사고 이후 원자력산업의 급성장 추세가 둔화되어 아직까지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서구 국가들은 체르노빌 원전사고 이후 원자력 발전의 대안으로 신재생에너지에 대규모로 투자해 왔으나 현재 엄청난 경제적 부담을 안게 되었으며, 이제는 그 선택을 재고하려 해도 그동안 원전산업이 워낙 침체되었던 까닭에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자국의 원전 산업은 말할 것도 없고 해외사업에서도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 다행히도 우리나라는 국내 원전 사업의 지속적인 진행과 더불어 세계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사업의 성공적인 수행으로 세계 원전 산업의 기수 역할을 하고 있다. 원자력을 미래 에너지원으로 생각하는 많은 나라들이 한국을 보면서 원자력의 르네상스를 기대하고 있다.

이렇게 세계 원자력산업에서 한국이 선두주자로서의 역할을 공고히 할 수 있는 현 상황에서 원자력 종주국이었던 미국과 신원자력협정에서 동반자적 파트너십을 구축해 미래지향적이고 전략적인 협력을 추진해 나가기로 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본다.

현재 한미 양국이 당면한 국내외 원자력 상황은 결코 녹록지 않다. 우리나라는 사용 후 핵연료 공론화, 원전 계속운전 및 해체, 원전 비리 및 사이버보안 등 어느 하나 경중을 가릴 수 없는 문제들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원자력 산업 기반이 많이 취약해진 상황이다. 최근 국제 원자력 시장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영향력이 점점 확대되는 것을 우려한 미국은 국제 원자력 안전 및 핵 비확산 그리고 원자력 산업 분야에서 리더십을 회복하고자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와 같이 국가 정책과 산업이 원자력을 뒷받침하고 있는 국가와의 협력을 전략적으로 증진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산업계와 싱크탱크 사이에서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타결된 한미 원자력협력 신협정은 양국의 견고한 협력관계를 발전시켜 미래를 위해 한 발짝 더 전진할 절호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한미 양국은 신협정을 초석으로 삼아 원자력의 지속가능성, 교역, 안전, 핵 안보 및 비확산, 원자력 과학 분야 등 전방위로 협력을 증진할 방안들을 끊임없이 발굴하고 추진해 양국이 상생하는 새로운 원자력협력 시대를 열어나가야 할 것이다. 미래지향적으로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원자력이 되기를 바란다.

정근모 전 과학기술처 장관
#한미#원자력협정#협력#원자력 안전#핵 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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