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희 전 대법관은 변호사 개업 5개월간 16억 원을 벌어 ‘전관예우’ 논란으로 국무총리 후보에서 사퇴했다. 전관예우는 법률가에게만 있는 게 아니다. 전직 고위 경제 관료들도 로펌에 취업해 고(高)연봉을 받는다.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같은 권력기관 출신들이 1순위다. 이들은 개정된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퇴직 후 3년간 유관기관에 취업할 수 없지만 그 후에는 로펌에 들어가 기업에 유리한 입법이나 소송을 지원하는 로비스트로 활동할 수 있다.
▷윤용로 전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이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세종의 고문으로 3월 말 취업한 사실이 알려졌다. 론스타는 ‘2007년 외환은행 지분을 HSBC에 팔려고 했으나 한국 금융당국의 승인이 늦어지는 바람에 매각이 무산돼 손실을 봤다’며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5조1328억 원의 투자자-국가 소송(ISD)을 제기했다. 윤 전 부위원장은 당시 금감위 2인자로서 상황을 소상히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윤 전 부위원장은 “나는 론스타 관련 소송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고 밝혔으나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매는 격이다. 그는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던 2011년 하나금융으로 자리를 옮겨 지난해 3월까지 외환은행장을 지냈다.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을 1조3833억 원에 인수했다가 2012년 하나금융에 되팔아 4조7000억 원의 이익을 챙겼다. 그 과정에서 외환카드 주가를 조작하고 론스타 반대운동을 하는 시민단체 대표에게 8억 원의 뇌물을 주는 위법 행위도 했다.
▷사건 당시 정부 책임자의 한 명이었던 그가 론스타를 대리하는 로펌에 들어간 것은 적절한 처신이라고 보기 어렵다. 만에 하나라도 나라의 녹을 받으며 취득한 정보를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에 활용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 ‘차이니스 월(기업 내 정보 교류를 차단하는 장치)’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옳다. 차제에 로펌에 취업한 ‘관피아(관료+마피아)’들을 관리하는 규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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