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고미석]페이스북 COO의 21세기형 남편

고미석 논설위원

아내가 워낙 유명할 경우 그 집 남편은 이름 대신 ‘누구의 남편’으로 불리곤 한다.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46)의 남편 데이브 골드버그 서베이몽키 최고경영자(48)가 그랬다. 일명 ‘미스터 샌드버그’로 알려진 그가 멕시코 여행을 갔다 갑작스럽게 타계한 뒤 그를 ‘21세기형 남편’으로 추모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셰릴 샌드버그는 2004년 오래된 친구인 골드버그와 부부의 연을 맺었다. 당시 ‘돌싱’이던 샌드버그는 결혼 이후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11억 달러의 자산을 모아 정보기술(IT) 업계의 여성 부호로 꼽히고 2013년에는 일하는 여성들을 위해 자기 경험과 조언을 진솔하게 들려준 ‘린인(Lean In)’이라는 책을 펴내 국제적인 명사로 떠올랐다. 두 아이를 낳은 그는 샌프란시스코 인근에 침실 6개와 와인저장실 극장 농구장 헬스장에 큰 폭포까지 갖춘 대저택을 짓고 오순도순 살았다.

▷그가 일과 가정을 조화롭게 병행할 수 있었던 데는 골드버그의 ‘외조’가 한몫했다. 같은 하버드대 동문에 실리콘밸리에서 알아주는 능력자였던 골드버그는 바쁜 아내 대신 자녀 양육을 도맡은 것은 물론이고 페이스북과의 연봉 협상 등 커리어 관련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한밤중에 아기가 울면 아내가 쉴 수 있게 그가 먼저 총알같이 달려갔다.

▷양성평등 선진국처럼 보이는 미국에서도 성공한 여자의 남편으로 살기는 쉽지 않았을 터다. 성공 가도를 달리는 샌드버그에게 주변에서 “데이브는 괜찮은 거야?”라며 부부 사이에 이상 기류가 없는지 물었고 대답은 한결같았다. 남편은 나보다 훨씬 자신감 넘치는 사람이며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사업가라서 쩨쩨하게 아내의 성취를 질투하지 않는다고. 이들에게 행복한 결혼의 비결은 ‘50 대 50’ 가사분담 원칙을 존중하되 집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남편은 재정 담당, 아내는 장보기와 아이들 생일파티 등 각자 잘할 수 있는 분야를 맡아 했다. “내가 내렸던 최고의 결정은 데이브와 결혼한 것”이라고 말한 샌드버그. 그의 한쪽 날개가 꺾였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