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장급 인사권 이제야 장관에게 돌려준다는 청와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3일 00시 00분


올해 신년 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산하 기관장 인사는 물론이고 심지어 국장급 인사까지도 청와대가 다 쥐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고위 공무원의 적격성 검증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장관들이 실질적으로, 법이 정한 대로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인사혁신처가 최근 각 부처 인사 담당자들에게 “(앞으로) 국장급 인사는 청와대가 간여하지 않을 것이니 각 부처가 자율적으로 진행하라”고 통보한 것은 앞서 박 대통령 발언과 충돌한다. 청와대가 대통령 신년 회견 이전은 물론이고 이후에도 각 부처 인사에 간여해 왔음을 인사혁신처에서 사실상 시인하는 내용이어서다.

청와대 검증이 필요한 3급 이상 고위공무원단 승진 인사,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는 공공기관장을 제외한 각 부처 인사는 장관에게 맡기는 것이 정상적인 정부 운영이다. 그래야 ‘책임 장관’으로서 부처를 장악하고 소신을 펼 수 있다. 그러나 현 정부에선 과장급까지 청와대가 개입하는 바람에 인사 공백 사태가 벌어지고 국정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새정치민주연합 박남춘 의원이 1월 인사혁신처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정부 각 부처 실·국장급 이상 인사 공백이 1개월 이상 생긴 곳이 296곳이나 됐다.

특히 고위공무원단 검증 등을 이유로 청와대 재가를 받기 위해 올라간 인사안이 뒤집히거나 ‘함흥차사’가 되기도 했다. 그런 만큼 “장관의 인사 재량권이 거의 없다”는 것은 비밀도 아니다. 신년 회견 때 박 대통령은 인사 시스템이 비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것도 모를 정도로 잘못된 보고를 받고 있었는지, 혹은 문제를 알면서도 국민에게 달리 말한 건지, 아니면 이제야 비정상적 인사 시스템을 알고 바로잡은 건지 궁금하다.

박근혜 정부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이 인사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부처 내 인사까지 만기친람하는 데서 벗어나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중요한 정무직에 ‘준비된 인사’를 발굴하고 적시에 기용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국장급 인사권#장관#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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