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년구직자 분노하게 만드는 농어촌공사 편법 채용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5일 00시 00분


한국농어촌공사가 2012년 1월∼2014년 9월 채용공고나 공개경쟁시험 없이 직원 연줄 등을 통해 504명의 직원을 편법 채용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공기업·준정부기관의 인사운영에 관한 지침’에 따르면 직원 채용 시 공개경쟁시험을 치르는 것이 원칙이다. 준정부기관인 농어촌공사는 5000여 명 직원의 10%를 편법 채용한 것도 모자라 공사 퇴직자 등 7명을 소속기관 연구위원으로 위촉해 고액 연봉을 지급하는 ‘전관예우’까지 했다. 이쯤 되면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와 예산 낭비는 고질병을 넘어서 불치병 수준이다. 그런데도 감사원이 ‘앞으로 이런 식의 특별채용을 하지 않기 바란다’며 솜방망이 처벌조차 하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상무 사장부터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활동했던 ‘캠피아’ 출신이니 인맥의 혜택을 봤다고 할 수 있다. 공사 부채가 2009년 4조1940억 원에서 2013년 7조3289억 원으로 급증해 부채비율이 80%나 되는데도 초저금리 주택자금 지원 같은 과다한 복지 혜택은 여전하다. 이런 농어촌공사를 지난해 고용노동부는 ‘일터혁신 우수기업’으로 선정했으니 공공기관 평가와 개혁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 우려된다.

공공기관에서 채용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훼손한 사례는 이 밖에도 허다하다. 작년 1∼3월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시한 인사실태 조사에서 ‘줄대기’ 같은 그릇된 관행이 줄줄이 드러났다. 감사원도 지난해 공기업들의 비공개 무시험 전형을 통한 편법 채용을 적발하고 개선을 권고했음에도 달라진 게 없다. 올 들어 기획재정부는 채용심사 때 외부 전문가 참여 등 인사지침을 개정했는데 의무사항도 아닌 권고 수준에 그쳐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편법 채용으로는 공기업이 경쟁력을 키울 수 없다. 그런 조직이라면 승진에도 불공정이 끼어들 여지가 높다.

4월 청년실업률이 10.2%로 1999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 4월 기준 최고치다. 청년 고용절벽 문제가 심각한 마당에 ‘신의 직장’인 공공기관에서 일반인의 응시 기회를 박탈하고 인맥 있는 사람들에게 특혜를 베푸는 것은 젊은 백수들의 공분을 자아낸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청년고용이 우리가 안고 있는 가장 시급하고 까다로운 과제”라고 걱정만 할 게 아니라 공공기관 편법 채용부터 근절하기 바란다.
#청년구직자#분노#농어촌공사#편법 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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