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백수오 제품 207개를 전수조사한 결과 10개(4.8%)만 진짜 백수오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40개 제품에서는 가짜 백수오인 이엽우피소가 검출됐고, 157개 제품은 가열 등으로 인해 DNA가 파괴되어 혼입 여부를 파악할 수 없었으나 원료에서 이엽우피소가 나온 경우가 많았다. 조사 결과 농협의 홍삼제품 한삼인분과 국순당의 백세주 원료, 쌀과 미숫가루 같은 일반 식품, 의약품에서도 이엽우피소가 검출되어 파문이 커지고 있다. 이엽우피소는 국내에서 식용으로 사용할 수 없는 재료다. 식약처는 이 지경이 되도록 뭘 하고 있었는지 의문이다.
이엽우피소가 인체에 유해한지를 놓고도 정부는 혼란을 부추겼다. 당초에 가짜 백수오 문제를 제기한 한국소비자원은 “이엽우피소가 간 기능 손상, 소화기 장애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했지만 식약처는 인체 유해성이 없다며 정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백수오 제품을 섭취한 뒤 부작용을 호소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한국독성학회가 “독성에 대한 철저한 규명이 필요하다”고 제안하자 식약처는 뒤늦게 독성 시험을 하겠다고 나섰다.
당국이 눈감고 있는 사이에 가짜 백수오 문제는 소비자들은 물론이고 주식시장, 건강식품업계, TV홈쇼핑업계, 농촌까지 흔들어 놨다. 소비자단체들이 제조업체와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집단소송을 추진하면서 지난해 수천억 원어치를 판매한 TV홈쇼핑업체들은 경영 위협까지 느끼고 있다. 식약처가 2010년 내츄럴엔도텍 제품을 건강식품 원료로 인정한 과정도 석연치 않다. 심의위원회가 자료 보완을 요구했지만 식약처는 업체 자료만 받고 회의도 다시 열지 않은 채 그냥 인정했다.
식약처는 어제 건강기능식품의 관리체계를 전면 개편하고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과거에 사건이 터지면 정부가 늘 했던 말이다. 국민 건강에 위협이 되는 요소를 사전에 적발하지 못하고 땜질만 해서야 어떻게 국민건강을 지킬 수 있겠는가. 식약처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폭발 직전에 이르렀다. 이번 일은 가짜 제품을 회수하고 판매를 중단하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소비자를 속인 업체와 이들과 유착해 눈감아 준 당국 관계자가 있다면 수사로 밝혀내 엄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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