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어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의 국내 확산과 관련해 “메르스의 전파력에 대한 판단과 최초 환자에 대한 접촉자 그룹의 일부 누락에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에도 문 장관은 “개미 한 마리도 지나치지 않는 자세로 대응하겠다”고 다짐했으나 빈말에 그쳤다. 주말 사이에 환자 3명이 추가로 확인돼 감염자 수가 15명이 됐다. 5월 20일 국내에서 최초의 환자가 발생한 이후 당국의 방역망에 구멍이 뚫리면서 환자들이 빠르게 늘어났다. 메르스가 주로 발생하는 중동 국가를 제외하면 환자가 5명 이상 발병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초기 대응 부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첫 환자와 접촉한 2차 감염자라는 점에서 국내 방역체계가 얼마나 허술했는지 짐작할 만하다. 첫 환자는 확진 때까지 열흘 동안 격리 조치 없이 방치됐다. 이 환자와 같은 병실을 썼던 60대 남성의 딸은 아버지를 간호하다가 이상을 느껴 자발적으로 당국에 격리 치료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한 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열 번째 환자는 아버지를 문병한 40대 회사원이었다. 그는 홍콩을 거쳐 중국으로 출장을 갔다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보건당국은 그의 출국 다음 날에야 감염 의심자임을 파악하는 뒷북 대응을 했다. 이로 인해 그의 직장 동료들이나 같은 비행기에 탔던 승객들을 포함해 그와 접촉한 국내외 사람들이 잠재적 감염 위험에 노출됐다. 중국으로부터도 원성을 듣게 됐다.
국민의 불안감도 커졌다. 최근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허위 사실을 담은 메르스 괴담이 퍼져 막연한 공포심을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메르스는 공기로 감염되지 않고 3차 감염자가 발생해도 크게 유행할 가능성은 낮다. 정부는 철저한 사후 조치로 불필요한 괴담을 잠재워야 한다.
정부가 초동 대처만 제대로 했어도 환자의 가족이나 의료진, 병원이 메르스 감염의 진원지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치밀한 방역 체계는 국가의 위기관리 능력과 직결되는 만큼 전염병 관리 시스템을 재점검해야 한다. 문 장관은 장관직을 걸고 메르스 감염의 확산을 막고 괴담 차단에 만전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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