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국무총리의 후임 법무부 장관으로 김현웅 서울고검장이 사실상 발표만 남겨둔 상태다. 청와대는 황 총리의 제청을 거쳐 금명간 장관 인사를 발표할 예정이다. 그는 황 총리가 장관으로 재직했을 때 차관으로 1년 2개월간 보좌하며 호흡을 맞췄다. 1979년 총선에 전남 고흥-보성에서 무소속으로 당선한 고(故) 김수 전 공화당 의원의 아들이다.
전관예우가 가른 법무장관
김 고검장은 김진태 검찰총장보다 사법시험에 2년 늦게 합격했다. 그래서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 주변에서 김 총장의 거취를 놓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그러나 후배인 김 고검장의 장관 취임으로 김 총장이 옷을 벗을 일은 없다고 보면 된다.
1988년 검찰총장 임기제가 도입된 이후 취임한 18명의 검찰총장 중 단 6명만이 임기를 채웠다. 검찰 내부에선 정치적 중립 보장을 위한 검찰총장 임기제는 지켜져야 한다는 여론이 압도적이다. 김 총장 역시 임기를 채우려는 의지가 강하다.
청와대는 후임 장관을 검찰총장보다 선배 기수에서 고르기 위해 스크린했으나 결국 찾지 못했다. 대상자로 거론된 사람 중 대형 로펌에 취업했거나 변호사로 개업한 사람은 전관예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청문회 과정에서 곤욕을 치른 황 총리의 변호사 때 수익보다 더 많이 번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김 고검장 발탁은 박근혜 정권에서 첫 호남 출신 법무부 장관이라는 탕평 인사의 의미도 있다.
김 총장의 임기는 올해 12월 1일 만료한다. 일각에선 차기 검찰총장이 무사히 임기를 마친다는 가정하에 그 다음 검찰총장을 2017년 대선 직전 임명해야 하는 정치적 부담을 근거로 김 총장 퇴진론을 그럴싸하게 유포하고 있다. 그러나 소설이다. 청와대 측은 김 총장에게 후배를 발탁할 수밖에 없는 사정을 이미 설명했다. 김 총장의 거취 문제는 정리가 끝난 사안인 셈이다.
사법시험 기수 역전 사례는 노무현 정권 때 ‘기수 파괴’ 인사로 10년 차이가 나는 강금실 장관-송광수 총장, 3년 아래인 천정배 장관-김종빈 총장, 이명박 정권 때 1년 차이인 이귀남 장관-김준규 총장을 들 수 있다. 이 중 천 장관과 김 총장만 강정구 동국대 교수의 구속 수사 여부를 놓고 충돌했다. 결국 천 장관이 ‘청와대의 하명’에 따라 수사지휘권을 발동하자 김 총장은 취임 6개월 만에 항의성 사표를 던졌다. 김영삼 정권 때 김기수 검찰총장은 1년 아래인 김종구 서울고검장이 장관에 임명되자 임기를 한 달 남기고 용퇴했다.
여야는 황 총리의 인준 투표를 합의하면서 전관예우 감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청문회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선 법무부 장관에 정치인이 오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고 장관 총장 간 기수 역전도 빈발할 가능성이 높다.
검찰총장 수사 독립 지켜야
검찰총장을 지낸 한 원로 법조인은 “기수가 문제가 아니라 장관과 총장은 근본적으로 역할이 다르다는 것을 분명하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청와대의 하명을 받아야 할 장관에게는 장관의 길이 있고,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수사의 독립성을 지켜야 할 총장에게는 총장의 길이 있다는 말이다. ‘성완종 리스트’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면 검찰은 ‘봐주기 수사’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김 총장의 마음이 편치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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