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이 현역 국회의원의 대통령정무특보 겸직을 허용한 것은 궁색한 결정이다. 정 의장은 “국회의원이 대통령특보로 행정부에 참여하는 것은 헌법기관으로서 독립적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삼권분립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 일이라 생각한다”면서도 “법률적으로는 허용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입법부 수장이 위헌성을 지적하면서 헌법의 하위법인 법률을 이유로 허용을 결정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정 의장의 결정에 대해 “논란이 됐던 문제가 매듭지어졌으니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밝혔다. 정 의장의 허용 결정에만 의미를 부여하고 정 의장이 지적한 위헌성은 외면한 청와대의 처사도 이해하기 어렵다. 국회의원의 정무특보 겸임에 대해서는 다수의 헌법학자들이 위헌성을 제기하고 있다. 입법부 소속의 국회의원이 행정부 일을 맡는 것은 삼권분립에 배치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박근혜 대통령은 굳이 현역 국회의원을 정무특보로 둬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여야 및 국회와의 관계를 중시한다면 조윤선 전 의원 사퇴 이후 한 달 넘게 비어 있는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부터 빨리 임명하는 것이 옳다.
청와대는 행정부 시행령이 상위법인 법률에 저촉될 때 국회가 수정을 요구할 수 있게 한 당초의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삼권분립의 기본정신을 훼손한다는 명분으로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정 의장의 중재로 다시 여야 합의를 거쳐 ‘요구’를 ‘요청’으로 바꿨지만 청와대는 위헌성이 남아 있다고 보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까지 시사했다.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선 위헌성을 이유로 거부할 뜻을 밝히면서 국회의원 정무특보는 위헌성에도 불구하고 존치시키는 것은 이중 잣대 아닌가.
헌법 69조에 규정된 대통령 취임선서는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로 시작한다. 대통령부터 헌법 준수의 모범을 보이라는 취지다. 만약 박 대통령이 위헌성을 이유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요량이라면 헌법 준수의 일관성을 보여주기 위해 국회의원 정무특보를 없애는 것이 바른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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