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이후 ○○(아들)는 껌 통에 들어 있는 방부제를 꺼내 손바닥에 놓고 한참을 들여다보더니 ‘방부제를 먹으면 하늘나라에 가지요’라고 제게 물었습니다. 죽음이 무슨 의미인지 알기나 했을까요. 겨우 열 살 된 자폐 아이의 현실은 어쩌다가 이 세상의 인연을 놓아 버릴 만큼 지옥이 되어 버렸습니까.”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학부모가 아들에게 가해진 폭력행위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며 블로그에 올린 글로 강남의 젊은 엄마들이 들끓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생인 A 군은 학교 친구 두 명과 함께 일명 ‘체포놀이’를 했다. 가벼운 자폐증인 아스퍼거증후군을 앓는 A 군은 매번 ‘범인’이었다. 경찰 역할을 하는 친구들에게 뒤에서 손을 잡힌 채 꼬집히거나 걷어차였다. 견디다 못한 A 군이 어른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자 가해 학생들은 A 군을 학교 화장실로 데려가 성기 일부를 잡아 뜯었다는 것이 A 군 측의 주장이다. 친구에게 이런 짓을 했다면 나는 그들이 초등 3학년이라도 ‘작은 악마’로 부를 수밖에 없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 넘어간 이 사안에 대해 학교는 “체포놀이를 하고 피해 학생을 밀친 점은 인정되지만 멍이 들었거나 성기에 상처가 났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며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들에게 A 군과의 접촉 및 보복 금지라는 경징계 처분을 내렸다. A 군의 어머니는 이에 불복해 온라인 서명 운동을 촉구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의 부모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퍼뜨리고 있다”며 반박 글을 올리면서 사안은 진실게임 양상이 돼 버렸다.
▷2011년 대구 중학생이 자살한 이후 정부는 가해 학생 강제 전학,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등 대책을 내놓았지만 크게 달라진 게 없다. 학교폭력이 줄기는커녕 이번처럼 초등학교로 확대됐다. 초등학교 폭력에 대해 “친구들끼리의 장난” 정도로 가볍게 여기는 어른들의 인식이 폭력을 조장한다. 미국 학교에서는 교실에서 급우를 밀쳐서 넘어뜨리기만 해도 크게 문제 삼고 벌을 준다. 아이들이 어리다 보니 아이들 싸움이 어른들 싸움이 되는 일도 비일비재하지만 그렇다고 쉬쉬하거나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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