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달 6일 메르스 1차 양성 판정자의 직장, 거주지, 자녀가 다니는 학교의 실명을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주민들의 불안심리에 편승해 인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비판도 많았지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박원순 시장과 함께 메르스 영웅으로 치켜세웠다. 지난해에는 국가정보원이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일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진보 진영에서 ‘전사(戰士)’로 평가받는다. 사회적 이슈가 대두될 때마다 정치평론가처럼 발언에 나서 ‘각종문제연구소장’ ‘모두까기 인형’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기초단체장으로는 유일하게 대선후보군에 이름이 올라 있다. “꼬리를 잡아 몸통을 흔든다”는 그의 논쟁적 도전에 대한 야권 지지층의 열광 덕분이다. 중앙정치 무대로 진출하기 위해 내년 총선에 출마한다는 말도 있었지만, 최근 언론을 통해 부인했다.
▷이 시장은 국가정보원의 민간인 해킹 의혹과 관련해 목숨을 끊은 국정원 직원 임모 씨의 유서에 대해 19일 “아무리 봐도 유서 같지가 않네. 내국인 사찰을 안 했으면 아무 잘못이 없는데 왜 자살하나요?”라고 트위터에 적었다.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멤버들이 트위터에 올린 “난 절대 자살하지 않을 것이고, 덤프트럭과의 교통사고도 나지 않을 것이며, 원인 불명의 심장마비로 죽지 않을 계획이다”라는 글을 리트윗(재전송)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제가 자살했다 해도 절대 믿지 마시고 꼭 취재해 주세요”라고 밝혔다.
▷누구든 국정원 직원의 자살에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고 이를 트위터에 올릴 수도 있다. 하지만 정치평론가들도 수많은 밤을 새워 가며 번민했을 망자(亡者)의 죽음을 앞에 놓고 “잘못이 없다면 왜 자살했겠느냐”는 식으로 쉽게 말하지는 못한다. 하물며 100만 인구의 도시를 이끄는 시장의 발언에는 절제가 필요하다. 유서가 있고 타살 정황도 찾을 수 없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에도 불구하고 한 가장(家長)이자 국가공무원의 안타까운 죽음을 음모론으로 채색한다면 유권자들이 과연 납득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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