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실한 과제로 떠오른 노동개혁이 공무원연금 개혁의 전철을 밟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노동개혁에 대해 새누리당은 올해 4월 결렬된 노사정위원회의 재가동을 강조하고 있는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사회적 대타협’을 앞세워 민주노총 한국노총이 참여하는 새로운 노사정 합의체를 거론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야당 측 간사인 이인영 의원은 그제 “정부가 주도하는 노사정 기구에서 대타협은 어렵다”며 “국민의 대표기구인 국회가 적극적인 역할을 하되 양대 노총이 함께 들어가야 야당도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개혁을 위해 새로운 노사정 합의체를 구성해야 하며 그 안에 양대 노총이 들어와야 새정치연합도 참여하겠다는 뜻이다. 얼마 전 공무원연금법 개정 때도 실무기구에 이해 당사자인 공무원단체를 포함시키는 바람에 이들에게 휘둘려 ‘맹탕 개혁’으로 끝나고 말았다.
노동개혁의 핵심은 더 많은 일자리 확보를 위한 노동시장 유연화, 직업훈련 등 사회적 보호 강화, 비정규직 처우개선 등이다. 대기업 노조가 중심인 양대 노총의 조직원은 임금근로자의 10%에 불과하다. ‘기득권 정규직 노조’인 양대 노총이 비정규직 등 전체 근로자의 목소리를 대변할 리 없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어제 “밀어붙이기 방식으로 노동개혁을 하려고 하면 실패를 면치 못할 것”이라며 “독일 스웨덴 등이 전부 사회적 합의를 통해 노동개혁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은 사실이 아니다. 독일 하르츠 개혁을 비롯한 성공적인 노동개혁의 이면에는 ‘표를 잃을 각오’로 이해 당사자들에 흔들리지 않고 개혁을 추진한 정치인들의 리더십이 있었다.
새정치연합이 집권을 바란다면 1997년 보수의 가치관을 수용해 승리를 거둔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의 말을 새겨야 한다. 최근 그는 친정인 노동당을 향해 “전통적인 좌파 공약으로는 승리할 수 없다”며 “광범위한 중도층에 호소할 때, 기업을 지지할 때 승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올해 5월 총선에 참패한 노동당의 대표 경선에서 강성 좌파 의원이 선두를 달리는 것을 보고 던진 쓴소리다.
노동시장의 양극화 해소는 정략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미래를 위한 필수적 선택이다. 사회적인 논의는 필요하지만 이익단체에 휘둘린 사회적 기구로 노동개혁이 물 건너가면 한국 경제는 저성장과 일자리 부족의 늪에서 헤어날 수 없을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비정규직과 청년 백수의 한숨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