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9일부터 올해 1월 4일까지 17일 동안 ‘크리스마스 휴가’를 하와이에서 보냈다. 하지만 정치권이나 언론에서 대통령의 휴가가 길다고 타박하지 않는다. 이 기간에 쓴 교통비만도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의 운항비용을 포함해 41억 원이 넘는다. 휴가지에서 소니픽처스 영화 ‘인터뷰’를 해킹한 북한을 제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말레이시아 나집 라작 총리와 골프 라운드도 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8년 동안 533일을 휴가로 썼다. 한 해 평균 67일이다.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겨울에 주로 스위스 알프스를 찾아 휴가를 즐긴다. 지난해 1월에는 이곳에서 스키를 타다 넘어져 목발 신세를 졌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013년 여름휴가를 야마나시 현 별장으로 떠났다. 모리 요시로 전 총리와 골프를 칠 때 히로시마에서 집중 호우로 산사태가 나자 총리관저로 복귀해 조치를 취한 뒤 다시 별장으로 돌아갔다.
▷박근혜 대통령이 27일부터 5일 동안 청와대 관저에서 ‘방콕 휴가’를 보낼 예정이다. 행사를 비롯해 공식 일정 없이 4대 구조개혁과 경제활성화, 특별사면 등 정국 현안에 대한 구상을 가다듬고 제70주년 광복절 경축사 준비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취임 첫해였던 2013년 여름에는 어린 시절 가족들과의 추억이 깃든 경남 거제시 저도를 찾아 고작 1박 2일 머물렀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난해엔 청와대에 있었다.
▷박 대통령은 1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정부 각 부처가 국내여행 가기 운동을 솔선수범하라”고 주문했다. 내수 진작에 기여해 침체된 국내경제를 살리자는 얘기였다. 대통령이 사실상 휴가를 가지 않고 청와대에 머문다면 장관들과 공무원들이 맘 편히 국내휴가를 갈 수 있을까. 일각에선 휴가 기간 소록도나 농촌 가뭄 현장 방문 아이디어를 내기도 하지만 휴가는 휴가다워야 한다. 어디든 맘 편한 곳에 가서 가까운 사람들과 쉬다 오기 바란다. 조카 세현 군과 그 아버지인 박지만 EG 회장 등 가족과 보내는 휴가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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