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어제 국회의원 정수 증대를 촉구하는 내용의 혁신안을 발표했다. 개별 정당의 개혁을 위해 구성된 혁신위가 국회의원 증원을 요구하는 것은 뜬금없다. 당 혁신과 아무 상관이 없을 뿐 아니라 혁신위가 나서 뭐라고 언급할 일도 아니다.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의원 정수를 300명에서 390명으로 늘리되 의원 세비(歲費)를 줄이는 방안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금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최하위권이다. 의원들의 행태를 보면 연간 1억3796만 원의 세비와 각종 특권이 아까울 지경이다. 유권자 사이에는 국회의원 수가 너무 많으니 대폭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새정치연합 혁신위는 헌법재판소가 결정한 국회의원 선거구 간 인구 편차(2 대1) 조정을 이유로 증원을 주장하지만 국회의원들의 기득권을 지키면서 자리를 늘리려는 구실에 불과하다. 혁신위가 국회의원 1인당 인구수를 정수 확대의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각국의 정치 현실을 외면한 단순 비교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미국 일본 멕시코처럼 우리보다 국회의원 1인당 인구수가 훨씬 많은 나라도 있다. 국회의원 증원과 함께 세비를 줄인다는 전제조건을 내걸었으나 일단 국회의원 수를 늘리고 난 뒤 어떻게 말이 바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새정치연합 혁신위는 올해 4·29 재·보선 참패를 계기로 잇따른 선거 패배에 대한 원인 진단과 대책 마련을 위해 만든 기구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자신을 향한 퇴진 압력에 맞서려는 의도가 포함돼 있기는 하지만 친노-비노 간의 계파 갈등을 비롯해 당내의 고질적인 적폐가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주목을 받았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동안 활동이 미흡했고, 오히려 문 대표와 친노의 입지 강화에 앞장서고 있다는 평가도 대두되고 있다.
문 대표는 올해 4월 “우리나라 국회의원 수가 400명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가 비판의 화살이 쏟아지자 “그냥 퍼포먼스로 장난스럽게 말한 것”이라고 얼버무린 바 있다. 혁신위의 이번 주장은 문 대표와의 교감을 통해 나온 것이라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아직 내부 혁신의 걸음마도 떼지 못한 상황에서 혁신위가 나서 북 치고 장구 치는 식으로 의원 수 늘리기에 바람을 잡고 있다. 새정치연합이 말하는 혁신은 과연 어떤 것이고,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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