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비무장지대(DMZ) 지뢰도발 사건으로 오른쪽 무릎 위와 왼쪽 무릎 아래를 절단한 하재헌 하사(21)는 병실 벽에 전투복 상의를 걸어놓은 채 “군에 복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 하사를 구출하는 도중 두 번째 지뢰를 밟아 오른쪽 발목을 잃은 김정원 하사(23)는 병문안을 온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에게 “부대 팀원들이 안 다친 게 천만다행”이라고 했다. GP의 수색대원, 트위터 의원
북의 끊임없는 도발에도 대한민국이 굳건할 수 있는 것은 군인정신에 투철한 젊은 영웅들의 애국심과 용기 덕분이라는 사실을 새삼 실감한다. 젊은 수색대원들은 “다시 그곳에 돌아가 북한 GP(전방 감시초소)를 부숴버리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연평해전, 천안함 폭침사건, 연평도 포격사건 때도 그랬듯 군 수뇌부와 청와대가 머뭇거리고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과 달리 전선의 병사들은 조국의 부름을 외면하지 않고 하나밖에 없는 몸을 던졌다.
하 하사보다 열 살 이상 나이가 많은 새정치연합의 김광진 의원(34)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그는 9일 자신의 트위터에 “어떻게 우리 측 수색로에 북측 지뢰가 매설될 수 있었는지…경계가 완전히 뚤(‘뚫’의 오기)려 있는 상황이란 것인데…”라는 글을 띄웠다. 국방부는 4일 터진 목함지뢰 사건을 북의 소행으로 의심하고 정밀 조사를 마치는 10일 오전까지 출입기자단에 보도유예(엠바고) 요청을 해 놓은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인 김 의원은 사실상 기밀을 유출했고 한 인터넷 매체는 그의 글을 인용해 군 당국을 비판했다. “국방부에서 엠바고 요청을 받은 바 없는데 왜 엠바고를 지켜야 하느냐”는 그의 변명 아닌 변명은 보수, 진보를 떠나 대다수 기자들을 어이없게 만들었다.
김 의원은 2012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6·25전쟁 당시 낙동강 방어선, 칠곡 다부동전투, 38선 돌파와 평양 입성, 1·4후퇴 뒤 서울 탈환을 최선봉에서 이끈 92세(당시) 예비역 대장 백선엽 장군을 “민족의 반역자”라고 몰아세웠다. 그런 인물에게 국가안보를 위한 양식을 기대하는 것은 애초 무리일지 모른다. 문제는 요즘 ‘안보정당’을 표방하며 전례 없이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는 새정치연합에서 문재인 대표를 비롯해 지도부의 누구도 김 의원의 행동에 야단을 치는 어른이 없다는 점이다.
민족문제연구소 전남동부지부 사무국장 출신의 김 의원은 2012년 19대 총선 당시 새정치연합의 전신인 민주통합당의 청년비례대표로 원내에 입성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판적으로 묘사한 역사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을 제작할 만큼 좌편향 사관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의 금배지도 친노(친노무현) 지도부인 한명숙 대표 체제에서 공천 기준으로 강조했던 ‘정체성’을 인정받은 덕분이었다. 새정치연합 혁신위원회가 두 달 전 혁신의 제1과제로 내세운 것도 정체성이다.
청년대표 10% 이상 공천하면
더욱이 혁신위는 닷새 전 7차 혁신안에서도 내년 총선을 비롯한 향후 선거의 후보 공천에서 국회의원의 10%, 광역의원 20%, 기초의원 30% 이상을 청년 후보에게 할당할 것을 제안했다. 청년을 만 45세 이하로 규정했으니 김 의원이야말로 여전히 ‘청년’에 해당한다. 이미 ‘정체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던 경력으로 볼 때 또다시 공천을 받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
이쯤에서 새정치연합의 정체성은 과연 무엇인지 묻고 싶다. 새정치연합이 지키려는 나라는 젊은 병사들의 조국과 같은 것인지, 아니면 김 의원이 그리는 조국과 같은 것인지도 묻지 않을 수 없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