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로 오른쪽 발목을 잃은 김정원 하사(23)와 두 다리가 절단된 하재헌 하사(21)에게 15일 전화를 걸어 위로했다. 박 대통령은 “처음 부상 소식을 듣고 너무 놀라고 마음이 아팠다”며 “애국심과 용기가 더욱 빛을 볼 수 있도록 정부가 최대한 지원하겠다”고도 약속했다고 한다. 북 도발이 4일이었는데 위로 전화가 너무 늦었다. 11일 주철기 대통령외교안보수석을 두 하사가 각각 입원해 있는 국군수도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에 보내 위로했지만 박 대통령이 직접 병상을 찾은 것과 같을 수는 없다.
한미 연합 군사연습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이 시작된 그제 을지 국무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이번 도발에 대해 “북한이 불법적으로 군사분계선(MDL)을 침범해 우리 장병의 살상을 기도한 명백한 군사 도발”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처음 북한이 자행한 전쟁 범죄라는 점에서 대통령은 좀 더 일찍, 그리고 강하게 응징을 다짐하고 직접 부상자들을 찾았어야 옳다. 북의 야만적인 공격으로 평생 후유증이 남을 상처를 입은 장병들을 국가가 어떻게 예우하느냐는 당사자는 물론이고 군의 사기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전임 이명박 대통령은 2010년 11월 23일 북의 연평도 포격이 있은 지 사흘 만에 국군수도병원을 찾아 전사자들을 조문하고 부상 장병을 위로했다. 같은 해 3월 26일 천안함 폭침 때는 나흘 뒤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백령도를 방문했다.
청와대는 북의 도발과 관련한 대통령 보고 시점을 놓고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북의 도발을 엄중하게 인식하는 참모진이라면 대통령에게 부상한 젊은 군인들을 직접 찾아 위로하도록 건의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 나타났듯이 북한과 화해 협력을 모색하는 상황이 어정쩡한 전화 위문으로 나타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대통령이 보여주기 이벤트를 싫어한다는 설명도 있지만 국군 통수권자의 국군장병 위문은 이벤트가 아니라 중요한 통치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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