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웅 법무부 장관이 1일 검찰에 부정부패 척결을 지시했다. 척결 1순위로 공직비리를 꼽았다. 올 3월 이완구 당시 국무총리의 담화로 시작된 사정(司正)수사에 이은 ‘사정정국 시즌2’를 예고한 셈이다. 김진태 검찰총장의 임기 만료(12월 1일)가 3개월도 남지 않았다. 곧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벌여놓은 수사도 마무리해야 한다. 대대적인 기획사정을 착수하기엔 적절치 않은 때다.
청와대의 중단 없는 司正
그런데 왜? 김 장관이 독자적인 판단으로 부패 척결을 주문했을 리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뜻을 받든 것으로 봐야 한다. 박 대통령은 6월 황교안 국무총리에게 임명장을 줄 때부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층층이 쌓여 있는 구조적 적폐 척결”을 주문했다. 그 연장선에서 황 총리와 김 장관을 거쳐 대통령의 뜻이 검찰에 하달된 것이다.
대검찰청은 즉각 간부회의를 열어 부패 척결 방안을 논의했다. 서울중앙지검에 부부장 검사 2명을 포함해 7명을 파견해 사정수사 체제도 정비했다. 그러나 검찰총장의 심기가 편치 않다는 말이 들린다. 임기 말인 김 검찰총장으로선 6개월을 끈 포스코 사건 등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든 수사를 마무리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을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와 검찰은 포스코 수사에 다른 시각을 보이고 있다. 포스코 임직원의 구조적 비리를 적발해 17명을 구속한 것은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도 수사팀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국민기업 포스코를 망친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포스코 수사는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의 소환이 끝이 아니라 전 정권의 실세 등 정치권으로 확대될 수 있다.
청와대발(發) 기획사정에 정치권은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최근 야당 중진 의원이 도로교통법을 개정해주는 대가로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가 포착됐다. 검찰은 야당의 거센 반발에 눈도 깜짝 않고 정치권 사정수사를 밀어붙일 태세다. 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은 “사정은 중단 없이 계속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비리 인사들을 적발해 처벌하고 부정부패를 없앤다는 데 누가 반대하겠는가. 그러나 어느 정권이든 청와대가 주도한 기획사정에는 부작용이 따랐다. 당장 1차 사정정국 때 무리한 수사로 여권에 부메랑이 된 ‘성완종 사태’의 교훈도 생생하다. 정치권에선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군기 잡기’에 나선 것이냐는 푸념까지 나온다.
역대 정권은 예외 없이 집권 초 부패 척결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역대 어느 집권자보다 부패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소신이 강하다. 대통령의 뜻을 받든 사정수사는 검찰총장 교체와 상관없이 진행될 것이다. 아마 차기 검찰총장은 여러 후보 중 누가 더 강단 있게 사정을 밀어붙일지를 따져보고 낙점할지 모른다.
‘검찰의 칼’만으로 성공 못해
박 대통령은 북한의 지뢰 및 포격 도발에 대한 의연한 대처와 한중 정상회담을 비롯한 외치(外治)에 힘입어 지지율이 세월호 참사 이후 최고치인 54%로 치솟았다. 종종 외치의 성과가 대통령을 붕 뜨게 만들지만 내치(內治)의 뒷받침이 없으면 사상누각(沙上樓閣)이다. ‘검찰의 칼’만으로 결코 내치에 성공하는 대통령이 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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