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구원은 어제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마련한 세미나에서 “고비용 저효율의 후진적 노사 관계에 머물러 있는 국내 자동차 산업은 지속할 수 없다”는 충격적 진단을 내놨다. 실제로 2014년 말 국내 완성차 업계의 평균 급여는 9234만 원으로 일본 도요타(8351만 원)나 독일 폴크스바겐(9062만 원)보다 높다. 반면 직원 1인당 매출은 7억4706만 원으로 도요타(15억9440만 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절대 노동시간이 적은 폴크스바겐(8억5712만 원)보다도 생산성이 낮다.
세계 1위 자동차 회사인 도요타는 노조가 앞장서 경쟁력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근로시간과 생산성에 연계해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폴크스바겐도 1990년대와 2000년대 초 두 차례 위기를 겪으면서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인건비 절감과 근무시간 다양화에 성공했다. 미국 GM은 2009년 도산 위기를 겪으면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노사가 합의한 이후 협력적 노사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해외의 주요 경쟁업체는 위기에 처했을 때 노사가 보란 듯이 개혁을 성공시켰다.
그러나 현대자동차 노조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반대하며 막다른 길로 치닫듯 파업 수순을 밟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조선 3사가 포함된 전국조선노조연대와 공동 집회를 17일 개최키로 했다. 현대차 노조의 역주행은 협조적 노사관계를 정착시킨 해외의 경쟁업체에 비해 떨어지는 경쟁력만 더욱 훼손할 뿐이다.
강성 노조가 파업을 무기로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바람에 사측은 공장을 해외로 옮기는 식으로 대응해 왔다. 그 때문에 국내의 자동차 생산 능력은 연 450만∼480만 대 수준으로 1996년 이후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해외 생산은 급증했다. 국내 고용이 늘어날 수 없고 고용의 안정성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위기에 처한 국내 자동차 산업의 지속 경영을 위해 노사가 임금과 고용에서 서로 양보하는 대타협을 고려할 때다. 노동시장 개혁은 자동차 산업의 회생을 위해서도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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