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바다’ ‘무기여 잘 있거라’ 등을 쓴 미국의 대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쿠바를 좋아했다. 자살 한 해 전인 1960년까지 헤밍웨이는 7년간 아바나에 머물며 글을 썼고 저녁에는 칵테일 바도 즐겨 찾았다. 아바나에 남은 그의 유품과 사진들은 쿠바의 주요한 관광 상품이 됐다. 헤밍웨이의 흔적, 럼주와 살사댄스의 낭만을 찾아 매년 5000여 명의 한국인이 미수교국인 쿠바를 방문한다.
▷쿠바는 1959년 혁명의 주역인 피델 카스트로에 이어 2008년부터 동생인 라울 카스트로가 국가수반인 국가평의회 의장을 맡고 있다. 가문의 장기 집권이라는 점이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세습독재의 북한과 외견상 닮았다. 냉전이 끝난 뒤 옛 소련의 원조가 끊기면서 1990년대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었다는 공통점도 있다. 그러나 쿠바는 1962년 미사일위기를 겪은 뒤 깨끗이 핵을 포기한 반면, 북한은 핵개발을 계속한다는 점에서 결정적으로 다르다.
▷김정은이 북한-쿠바 수교 55주년을 맞아 방북한 미겔 디아스카넬 국가평의회 수석부의장에게 양국 친선을 각별히 강조했다. 올해 55세인 디아스카넬은 라울의 뒤를 이어 2018년 국가평의회 의장에 취임해 카스트로 가문의 장기 독재에 막을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인물이다. 김정은이 2년 2개월 만에 외국 대표단을 만나 환대한 것은 ‘사회주의 혈맹’이던 쿠바가 올해 미국과 54년 만에 국교를 정상화한 데 따른 외교적 위기감의 발로일 것이다.
▷미국과 쿠바의 국교 정상화로 사회주의 체제를 거친 국가 가운데 미국과의 미수교국은 이제 북한 하나만 남았다. 북한은 ‘넥스트 쿠바’가 될 수 있을까. 미국의 외교안보지 ‘디플로매트’는 “쿠바와 달리 북한은 미국의 주요 동맹인 한국에 적대적이므로 미국엔 중국 다음으로 큰 안보 위협”이라며 이 때문에 미국이 대북(對北)정책을 바꾸긴 어렵다고 봤다. 관건은 북이 핵을 포기 하느냐다. 북한이 외교적 고립에서 탈피할 수 있느냐는 결국 김정은 정권의 선택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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