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11월 8일 신민당 원내총무였던 김영삼은 “빈사 상태에 빠진 민주주의를 회생시키고 국민의 염원인 평화적 정권교체의 전통을 세우는 평화혁명의 기수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40대 기수론을 표방한 김영삼이 대통령후보 지명전에 출마를 밝히자 김대중도 이듬해 1월 후보 경선에 출마하겠다고 나섰다. 젊은 세대들이 경합한 대통령후보 지명대회의 성과는 세대교체가 되었다는 점과 함께 당권을 둘러싼 기존의 부정적인 인식을 제거할 수 있는 결정적 계기를 제공했다는 점이다(이원종 저서 ‘국민이 만든 대한민국’).
1955년 창당부터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까지 민주당 60년사에서 전당대회(전대)는 위기에 빠진 야당이 지리멸렬한 내부 갈등을 해결하고 대여 투쟁력을 새롭게 무장하는 분기점이었다.
새정치연합의 혁신안 통과를 둘러싸고 문재인 대표가 재신임 카드를 던진 것을 놓고 친노(친노무현) 주류와 비노(비노무현) 비주류 사이에 논란이 한창이다. 하지만 정당의 궁극적인 의사결정 무대인 전대를 제쳐 놓은 채 재신임이라는 변칙적 승부수에 초점이 맞춰진 것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논쟁이다.
비주류 쪽에 서서 “혁신은 실패했다”면서 문 대표의 결단(사퇴)을 요구하는 안철수 의원도 문 대표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전대 소집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 혁신안이 친노 계파 청산과 낡은 진보 노선의 탈피 등 근본적 혁신과는 거리가 먼 주류 측의 패권 유지용 시간 끌기였다는 게 안 의원과 비주류들의 인식이다. 문 대표와 친노 주류는 이런 비판을 무시하고 자파가 60% 가까운 다수를 차지한 중앙위 의결과, 결과가 뻔해 보이는 재신임 절차를 통해 반대세력을 무력화하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안 의원과 비주류가 제대로 된 견제 세력, 대체 세력이라면 전대를 통해 자신들이 주장하는 새로운 노선과 지도부 구성을 관철시키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다. 비주류 일각에서 전대 소집 필요성을 거론하고 있지만 안 의원과 비주류가 정치적 명운을 걸고 전대 소집을 공식 요구하고 나서지 못하는 것은 전대에서 패할 경우 찍소리 못하고 친노 주류 측의 공천 칼자루에 벌벌 떨게 되지 않을까 두렵기 때문일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천정배 의원처럼 당을 박차고 나가 자생할 용기도 능력도 없기 때문이다.
문 대표로서도 혁신안이 정녕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것이고 국민 당원들의 지지를 받을 것으로 확신한다면 당당하게 전대에 부쳐 당의 새로운 노선으로 확정지으면 된다. 전대의 승리는 당권을 계속 갖고 갈 수 있는 정당성을 만방에 확인시키는 길도 될 것이다. 2·8 전대 때처럼 막판에 여론조사 룰 변경 같은 것 하지 말고 당당하게 붙어서 정면으로 승부를 가린다면 혁신도, 단결도, 감동도 없는 이 지루한 친노-비노 소모적 논쟁에서 벗어나는 출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문 대표가 꼼수 논란을 무릅쓰고 중앙위 의결과 재신임 절차를 방패 삼아 전대를 기피하는 것은 당보다는 친노 계파의 이해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안 의원이 전대를 요구하며 당의 근본적 변화를 위한 전면전을 벌이지 못하고 변죽만 울리는 것 역시 정치력의 한계와 결기의 부족을 드러내는 것일는지 모른다. 정면승부를 회피하는 문 대표와 안 의원의 소심증 때문에 제1야당이 도약의 계기를 찾지 못한 채 시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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