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이 무엇이뇨 돌이요 물이로다 돌이요 물일러니 안개요 구름일러라 안개요 구름이어니 있고 없고 하더라
금강이 어디메뇨 동해의 가이로다 갈 제는 거길러니 올 제는 흉중에 있네 라라라 이대로 지켜 함께 늙자 하노라
하늘이 높다. 이 나라의 가을은 하늘로부터 온다. 이 맑은 날 비로봉 머리 위에 흰 구름을 이고 금강산이 어서 오라! 남북으로 갈라진 겨레를 부르고 있으리라. 내 살아서는 가볼 수 없으리라 했던 금강산 가는 뱃길이 열렸을 때 설레며 첫 배를 탄 뒤 세 차례나 더 찾았어도 내금강에는 발을 내딛지 못했으니 산에 가도 산이 보이지 않는 내 눈이 어찌 금강을 다 보았다 하랴.
“나 원컨대 고려 땅에 태어나 금강산 한번 보고 싶네(願生高麗國 一見金剛山).” 저 이름난 산들을 뽐내는 중국의 이백인가 소동파인가 큰 시인이 지었다 하는 이 시구 하나만으로도 어깨가 으쓱해지느니 먼 옛적부터 이 땅의 시인 묵객들 다투어 하늘 아래 가장 빼어난 금강산을 찾아 시를 읊고 화폭에 담아내었다.
그 어느 하나 울림이 높고 깊지 않은 시가 있겠으며 신명의 붓길이 뛰놀지 않는 그림이 어디 있으랴. 그 가운데서도 ‘정선필금강전도(鄭敾筆金剛全圖·국보 제217호)’는 정철이 ‘관동별곡’에서 “부용을 꽂은 듯, 백옥을 묶은 듯” 읊었던 것처럼 비로봉이 거느린 멧부리를 한 송이 꽃으로 그려내니 얼씨구 온 나라 들썩이며 춤추는 듯하다. 화선((화,획)仙) 정선은 1734년 겨울 그림을 완성하고 “만이천봉 개골산 누가 참모습을 그릴 수 있으리오. 온갖 향기 동해 일출로 떠오르고 층층이 쌓인 기운 세계에 넘치도다”라고 화제를 올린다.
이 신필(神筆)에 짝할 시를 찾으니 김시습 김병연을 비롯해 한시가 첩첩하지만 아무래도 1930년 7월 20일 금강산에 가서 꼬박 여드레 근참(覲參)하고 빚어낸 노산(鷺山) 이은상(李殷相)의 시조 41편(119수)이 먼저 앞선다. ‘금강귀로’의 첫 수에서 저절로 무릎을 치게 하는 ‘금강전도’가 떠오른다. “안개요 구름이어니 있고 없고 하더라”에서 금강산은 이 겨레에게 무엇인가. 시인은 누구인가가 알 듯 모를 듯 잡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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