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감장의 롯데 회장, 웃음으로 ‘지배구조’ 얼버무릴 텐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8일 00시 00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어제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지금까지 대기업 오너들이 여러 차례 국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자산순위 10위 내 그룹 오너가 실제로 출석한 것은 처음이다. 재계 5위인 롯데는 형제간 경영권 다툼 과정에서 그룹의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국적 논란이 불거지면서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를 대상으로 한 국감에서 신 회장은 웃음과 함께 성실하게 답했으나 정작 내용은 한 달 전에 밝힌 ‘셀프 개혁’ 계획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롯데가 국내 기업인지, 일본 기업인지를 묻는 의원들의 질문에 신 회장이 “한국 상법에 따라 세금도 내고 있고 근무하는 사람도 한국인들인 만큼 롯데는 대한민국 기업”이라고 답한 데 대해서는 공감하는 국민이 많을 것이다. 롯데가 한국 경제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 부분도 적지 않다.

그러나 신 회장이 한국 기업임을 강조하면서도 그룹 지배구조를 밝힐 일본계 지분 관련 자료를 공정위에 제출하지 않은 채 “일본 주주들이 반대하고 일본 법률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경제계의 검찰’이라는 서슬 퍼런 공정위의 정재찬 위원장이 “누락된 부분을 보완해서 달라고 (롯데에) 여러 차례 공문을 보냈지만 아직 제출하지 않은 상태”라고 의원들에게 하소연하는 것도 기이한 풍경이다. 오죽하면 공정위가 요구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최대 1억 원의 벌금을 물게 한 공정거래법을 징역형으로 높여야 한다는 의원들 지적이 나왔겠는가.

롯데에 입점한 중소기업들에 수수료는 높게 매기고 반품은 떠넘기는 ‘갑질’에 대해서도 추궁이 이어졌다. 신 회장이 “앞으로 시정하겠다”는 두루뭉술한 답변만 반복하고 롯데홈쇼핑 등 임직원들의 불법 편법 행위에 대해 “자세히 모른다”고 회피하는 모습도 실망스럽다. 거칠게 말하면 롯데의 경영권 분쟁은 집안일이라고 할 수도 있다. 신 회장은 ‘가족간의 일로 심려를 끼친 점’만 부끄럽다며 사과할 것이 아니라 재계 5위에 걸맞지 않은 ‘황제경영’ ‘갑질 거래’ 같은 기업문화를 더 부끄럽게 여기고 시정해야 한다.
#신동빈#롯데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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