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무리한 법 적용으로 기업에 거액의 과징금을 물렸다가 패소(敗訴)하는 비율이 높다. 국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6∼2013년 대법원에서 확정된 공정위의 행정처분 관련 판결 394건 중 31.7%인 125건이 공정위 패소(부분 패소 포함)였다. 이 기간 중 김앤장이 전체 패소 사건 10건 중 4건의 원고 측 대리인을 맡은 것으로 드러났다. 율촌 태평양까지 3개 대형 로펌이 맡은 사건은 10건 중 7건이다. 국내 10대 로펌에서 공정거래 담당 변호사, 고문, 전문위원 등으로 근무하는 공정위 퇴직자 및 자문위원은 63명에 이른다. 이 중 A 고문은 공정위 재직 시절 특정 기업의 사건을 처리하다 이 로펌으로 옮긴 뒤 해당 기업 사건을 맡았고, 이후 다시 공정위 고위직으로 복귀했다가 또 이 로펌 고문으로 돌아온 일까지 있었다.
로펌들이 공정위 퇴직자들을 선호하는 것은 과징금 부과 과정과 허점을 잘 알아 사건을 따내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현직 때는 과징금 폭탄을 때리다가 퇴직 후에는 로펌으로 옮겨 ‘전관예우’에 따른 높은 연봉을 받으며 기업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는 공피아(공정위 마피아)의 폐해가 심각하다.
공정위가 패소하거나 과징금 일부를 직권 취소하면서 기업들에 되돌려준 금액은 2010년부터 올해 7월까지 7254억 원이 넘는다. 원고인 기업의 대리인을 맡는 로펌은 승소하면 수임료 외에도 소송가액의 0.5∼1.0%를 성공보수로 받기 때문에 짭짤한 수익을 챙긴다. 결국 로펌의 배만 불린 셈이다. 공정위가 소송에서 지면서 물어야 하는 이자인 환급가산금만 992억 원을 넘어 국민의 세금도 낭비했다.
올 3월 개정된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4급 이상 공정위 공무원들은 퇴직 후 3년 안에는 로펌으로 옮겨갈 수 없도록 돼 있다. 종전보다 1년이 늘어나긴 했어도 이 정도로 공정위와 로펌의 유착구조를 줄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과정에서부터 무리한 행정조치는 줄여야 하겠지만 ‘해결사’ 노릇 하는 공피아 문제를 바로잡지 못하면 ‘공정한 시장경제’란 한국 사회에서 공허한 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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