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이사철을 맞아 전세금이 연일 치솟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세금은 지난주에도 큰 폭으로 올라 65주 연속 상승했다. 지난달 수도권에서 매매와 전세 거래가 이뤄진 1291개 주택형 가운데 155건(12%)의 전세금이 매매가의 90%를 넘었다. 매매가보다 전세금이 비싼 주택도 29곳이나 됐다. 정부는 2일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강화 방안’을 내놨지만 부동산 시장은 정부 대책을 비웃는 듯하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어제 정부의 ‘주거안정 사업 평가’ 보고서를 내고 “전세자금대출 보증지원 사업은 긍정적 효과도 있으나 전세가격 상승을 유발하는 부작용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세보증 지원을 1% 늘리면 전세금은 약 0.12% 상승한다는 분석 결과도 내놨다. 전세보증 지원은 서민을 위해 주택금융공사의 보증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박근혜 정부 들어 ‘목돈 안 드는 전세자금 대출 보증’ 등으로 각종 전세금 대출을 늘려 왔다. 전세난을 겪는 서민을 돕는다고 대출을 늘려 오히려 전세금 상승을 부추긴 것이다.
전세 대출 정책만 거꾸로 간 것이 아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은 전국 1만 채 이상이 빈집이다. 다가구 매입 임대주택은 7321채, 공공임대주택은 3043채가 입주민 없이 비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입주택은 1채당 9500만 원의 공공 예산을 지원받는 것을 감안하면 6954억 원의 재정을 낭비한 셈이다. 수요예측과 주택관리를 이렇게 허술하게 하고 있으니 서민 주거난을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박 대통령은 17일 인천 남구 도화동의 1호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 착공식에 참석해 “뉴스테이가 확산된다면 중산층 주거 혁신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감정원 추산에 따르면 전용면적 84m²형 뉴스테이 아파트의 월세가 최대 186만 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근로자 평균 월급이 264만 원인데 고액의 월세를 감당할 중산층이 얼마나 되겠는가. 전월세 대책으로 내놓은 뉴스테이가 월세 폭등의 주범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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