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재신임’ 접을 테니 비판 말라는 문재인, ‘독재’ 아니고 뭔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1일 00시 00분


새정치민주연합이 어제 당무위원회와 의원총회 연석회의를 열고 문재인 대표에 대한 재신임을 결의했다. 재신임 투표 철회를 요구하는 한편 문 대표의 요구에 따라 지도부 흔들기도 그만하기로 뜻을 모은 것이다. 그러나 이날 회의엔 안철수 의원을 비롯해 김한길 박지원 박영선 주승용 의원 등 비노(비노무현) 측 핵심 다수가 불참했다. 129명의 소속 국회의원 가운데 81명, 연석회의 전체 재적 인원 160명 중 93명이 참석했다. 문 대표가 연석회의 결론을 수용한다고 해도 당내 분란이 종식되기 힘든 상황이다.

문 대표가 혁신안의 중앙위원회 통과에 자신의 재신임을 연계한 데다 별도의 재신임 투표 카드까지 들고 나온 것은 위험을 감수한 일종의 도박이다. 만약 재신임으로 결론나면 백기투항하라는, 비노 비주류를 향한 경고이자 기강 잡기다. 그러나 비노 비주류 측이 문 대표의 거취를 문제 삼은 근본적인 이유는 당 운영을 왜곡하고 있는 친노 패권주의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문 대표의 리더십과 주류세력인 친노의 행태가 달라지지 않는 한 갈등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15일 박준영 전 전남지사에 이어 이날 무소속 천정배 의원도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탈당 의사를 밝힌 박주선 새정치연합 의원이 어떤 선택을 할지도 관심사다. 안 의원은 연석회의에 불참하는 대신 정치 입문 3년의 소회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고 독자 행보를 천명했다. 과거 한 식구였거나 지금 한 식구인 사람들이 각자도생(各自圖生)에 나서고 있는 형국이다.

천 의원은 합리적 보수와 개혁적 진보를 아우르는 중도신당을 만들겠다며 새정치연합에 대해 “미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안 의원은 어제 회견에서 “부패에 대한 당내 온정주의를 추방해야 한다”며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재판이 진행 중인 박지원 의원 등을 겨냥해 ‘인적 쇄신’을 요구했다. 자신은 낡은 진보의 청산, 당 부패 척결, 새로운 인재 영입을 혁신 과제로 제시했는데 문 대표가 엉뚱하게 재신임 투표로 본질을 회피했다는 비판도 했다.

결국 문 대표가 실천해야 할 일은 힘으로 비주류와 당내외 비판세력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요구를 수용해 친노 패권주의를 청산하는 등 당의 체질을 바꿔나가는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소통을 외면하는 ‘제왕적 대표’라는 비판이 당내에서 커질 수밖에 없다.
#문재인#독재#재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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