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관 몰래 변론’ 최교일 前 고검장뿐이겠는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3일 00시 00분


서울중앙지검장(고검장급)을 지낸 최교일 변호사가 검찰이 수사하는 사건 7건을 변호사 선임계를 내지 않고 변론하다 적발됐다. 선임계 제출을 의무화한 것은 변호 활동을 공개해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법원이나 검찰의 고위직 출신 변호사들은 선임계를 내지 않은 채 후배 판사나 검사에게 전화를 하거나 몰래 만나 사건 청탁을 하는 사례가 잦다. ‘몰래 변론’은 전관예우를 받으면서 세금도 내지 않는 법조계의 음성적인 비리 중 하나다.

법조윤리협의회가 적발한 최 변호사의 ‘몰래 변론’ 7건 중에는 마약을 15차례 투약한 혐의로 구속됐다가 1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사위 이모 씨 마약 사건도 포함돼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최 변호사는 수사와 재판을 맡은 서울동부지검과 서울동부지법의 지검장 법원장과 함께 근무했거나 고교 동문 사이로 마약 사건은 수임계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내년 총선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고향인 경북 영주에서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최 변호사는 “김 대표의 사위인 줄 몰랐다”고 주장하지만 납득하기 힘들다.

2001년 검찰총장을 지낸 변호사가 ‘전화 변론’을 해주고 수임료 1억 원을 받은 사실이 기업인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바 있다. ‘최교일 파문’은 법원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들 사이에 이 같은 적폐가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 변호사는 7건 중 3건의 수임료만으로 1억 원 넘게 받았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최 변호사와 함께 지검장 출신인 A 변호사도 같은 혐의로 징계 절차를 밟고 있다. 하지만 징계를 받더라도 과태료 1000만 원 이하여서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하다.

적발하기 힘든 ‘몰래 변론’을 뿌리 뽑으려면 사법질서 방해를 엄단하는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현직 판사 검사에게 선임계 확인 의무를 부과한 뒤 선임계를 내지 않고 전화나 비공식 접촉을 시도하는 변호사에 대한 신고 의무를 어기면 엄하게 문책하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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