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도권에서 열린 한 귀농·귀촌박람회장 곳곳에는 다수의 ‘부동산개발업자(○○영농조합, ○○협동조합)’가 내건 이런 내용의 홍보물이 어지럽게 걸려 있었다. 귀농·귀촌에 관심이 있거나 준비 중인 이들이라면 눈이 번쩍 뜨이고 귀가 솔깃해질 만하다. 저대로라면 흔히 알려진 것보다 귀농·귀촌 자금은 훨씬 적게 들이면서 소득은 훨씬 많이 얻을 수 있으니 말이다.
박람회가 열린 사흘간 필자는 귀농귀촌종합센터와 강원 홍천군 부스에서 귀농·귀촌 멘토로 활동했다. 한편으론 귀농·귀촌 열풍을 자신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소위 ‘업자’들의 적나라한 호객 행위도 낱낱이 지켜볼 수 있었다. 그들의 호객 행위는 이미 ‘선’을 넘어섰다.
귀농·귀촌 준비와 초기 정착 과정에서의 최대 애로 사항은 그 기반이 되는 땅과 집을 마련할 자금과 이후 먹고살 수 있는 소득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 부동산 개발 업자들이 내건 ‘저비용·고소득’ 귀농·귀촌 마케팅은 치명적인 유혹으로 다가온다. 그만큼 위험천만하다.
그런데 막상 구체적인 상담에 들어가면 필요한 귀농자금은 2억∼4억 원대로 크게 불어난다. 이에 당혹스러워하는 예비 귀농인들에게 이들은 “부족한 자금은 정부에서 지원하는 귀농인 농업 창업 자금을 활용하면 된다”고 안심시킨다. 결국은 이들 업자가 개발하는 농촌의 땅(주로 임야)과 주거 시설, 영농 시설을 팔고자 하는 장사일 뿐이다.
현재 정부는 귀농인에게 농지 구입 및 영농 시설 마련 등 농업 창업 자금으로 최대 3억 원, 주택 구입 및 신축 자금으로 최대 5000만 원까지 농협 등을 통해 대출 지원(연리 2∼2.7%, 5년 거치 10년 분할 상환 조건)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 대출 지원 혜택을 누구나 원하는 만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귀농 교육 100시간 이수 등 신청 자격을 갖춰 해당 지자체의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또 지원 대상에 선정된다 하더라도 부동산 담보를 제공하거나 농림수산업자 신용보증기금(농신보)의 보증이 필요하다. 업자들의 말만 믿고 덜컥 계약부터 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힐링 전원생활과 고소득을 내건 부동산 개발 업자들의 사업 청사진은 자못 화려하다. 심지어 몇 천 채로 규모를 자랑하기도 한다. 하지만 분양 실적이 부진하면 사업 차질이 불가피하고 그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계약자들의 몫이다. 애초 사기성 분양이었다면 들어간 돈을 모두 날리게 된다.
귀농·귀촌 호객 행위는 인터넷을 통해서도 광범위하게 펼쳐지고 있다. 한 귀농·귀촌 전문가는 “포털 사이트에 ‘귀농귀촌’을 입력하면 검증 안 된 블로그나 카페 정보가 마구 쏟아져 나온다. 이로 인해 사기 등의 피해를 보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귀농·귀촌 호객 행위 속에는 일부 기획부동산의 사기 함정이 도사리고 있어 특히 조심해야 한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기획부동산은 미심쩍어하는 고객이 현장을 보자고 하면 실제 터가 아닌 다른 곳으로 안내하기도 하는 등 그 수법이 매우 교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귀농·귀촌 및 부동산 전문가들은 기획부동산 등에 사기 피해를 당하지 않으려면 계약 전에 반드시 몇 가지는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먼저 사업 예정지 지번을 알아내 현장을 방문한다. 이어 땅 소유권 등 권리 관계를 파악하고 개별 분할 등기가 가능한지 확인한다. 또 해당 지자체에 개발 행위 및 농·산지 전용, 건축 인허가가 가능한지 확인한다.
이어 귀농인 대출 지원의 자격을 얻을 수 있는지 해당 지자체에 문의하고, (자격이 된다면) 실제 대출금은 어느 정도인지 농협, 농신보에 미리 알아본다. 마지막으로 업자들이 제시한 고소득(버섯 재배)이 과연 가능한지도 철저하게 검증해 보아야 한다.
인생 2막 귀농·귀촌으로 가는 길 곳곳에 숨어 있는 기획부동산 등의 덫에 걸려들지 않으려면 예비 귀농·귀촌인 스스로 조심하는 게 최선이다. 또한 더 큰 사회 문제로 번지기 전에 정부 당국과 지자체에서도 사전 예방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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