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찬의 SNS 민심]“2017년 초대박 추석연휴… 그때까지 파이팅”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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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죽으면 안 돼…. 적어도 2017년 추석 연휴는 보내야 해.”

@0114****가 올린 이 트윗은 3277회나 리트윗됐다. 2017년 추석은 10월 4일. 2일(월)하루만 휴가를 내면 9월 30일(토)을 시작으로 개천절(10월 3일), 추석 연휴(4, 5일), 대체휴일(6일), 주말(7, 8일), 한글날(9일)로 이어지는 10일간의 황금연휴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Bit_*******도 “어느덧 추석 연휴가 다가오고 있는데요. 2017년에는 초대박 연휴가 기다리고 있어요. 직장인 여러분 모두 2년만 파이팅!”이라는 트윗을 달력 이미지와 함께 올렸다.

언제부턴가 추석은 명절보다 연휴로 기억된다. 추석과 함께 언급된 전체 연관어 1위도 연휴다. 3만5512건이나 검색됐다. 그렇기 때문에 연휴를 ‘디스’하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이 된다. @RyuO****는 “갑자기 우울해져서 트윗합니다. 추석 이후에 시험 보는 트잉여(트위터에 빠져 있는 사람)들 알티(RT·리트윗) 좀 해 주세요. 젠장 우리 학교만 이 모양 이 꼴인 건 아닐 거야”라는 트윗으로 700여 회 리트윗을 기록했고 @zoom****은 “미친 팀장이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다음 주 화요일에 등산 모임 하자고 신입 여직원 등에게 제안. 다들 연휴 마지막 날이라 집에 있지 않겠느냐는 이유”라고 한탄해 200여 회의 호응을 얻었다.

16일부터 23일까지 트위터 블로그 뉴스 등에서 추석 또는 한가위를 언급한 문서는 모두 28만1985건이 검색됐다. 추석이 가까워 오면서 언급량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예년에 비추어 보면 연휴가 시작되면서 하루 30만여 건의 언급량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추석과 함께 언급된 전체 연관어 2위는 3만2225건의 선물이, 3위는 3만1472건의 이벤트가 차지했다. 전통적으로 이벤트 언급량이 1위를 차지했지만 3위로 밀려난 것은 불황이 일정하게 반영된 순위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명절과 관련된 가장 유력한 공론장으로 자리 잡았다. 상품 연관어 순위를 보면 1위부터 한복 상품권 과일 카드 송편 TV 전화 쌀 조기 한우갈비 쿠키 순으로 나타났다. 올해 한복이 이례적으로 1위가 된 것은 아이돌 그룹이 한복을 입고 방송사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했기 때문이다.

연관어 4위부터 6위까지는 집 배송 세트가 차지해 선물세트가 집으로 배송되는 일이 많이 언급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7위에는 이례적으로 SNS가 올랐는데 @jeon*******가 올린 “(지난해 7월 부천에서 실종된) 다섯 살 예준이가 실종된 지 14개월이 됐습니다. 아이가 부모와 추석을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RT하는 데 1초면 됩니다. SNS의 힘으로 예준이를 집으로 돌려보내 주세요”라는 트윗이 1만 회 넘게 퍼져 나갔기 때문이다. 8위 부모, 9위 가족, 10위 음식이었다.

삶이 아무리 각박해도 추석은 여전히 기분 좋은 명절이다. 추석과 함께 언급된 키워드의 긍정어, 부정어 분포를 보면 긍정어가 62.6%로 부정어 14.7%를 압도한다. 기다리다, 풍성하다, 즐겁다 같은 단어가 심리 연관어 상위에 자리하고 있다. 물론 고민하고 걱정하는 목소리도 포함돼 있다.

@durex*****가 올린 “추석에도 매너가 필요합니다” 해시태그 캠페인도 700여 회의 호응을 얻었다. 이 누리꾼은 추석 때 묻지 말아야 할 것으로 “취업은? 결혼은? 일은? 성적은? 대학은?”을 꼽았다. 추석 때 월급을 받지 못하는 외국인 노동자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JINS*****는 “중국 노동자 3명이 미나리 농장에서 몇 년 일한 돈 7000만 원…. 추석에는 집에 가게 밀린 임금 주세요. 쎄 빠지게 부려먹고 왜 돈을 안 줍니까”라고 한탄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군 장병에 대한 ‘추석 하사품’ 논란도 뜨거웠다. ‘하사’라는 단어가 전근대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또 총선을 앞두고 있는 정치권은 추석 밥상에 각각 자신에게 유리한 의제를 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누리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추석 연관어 가운데 정치 의제는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정치는 정치고 추석은 추석이다. 일상적으로 정치적 관심을 표명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 시대에 정치가 추석 밥상에 오를 기회는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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