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명실공히 미들파워로 성장… 글로벌 이슈 주도할 능력 갖춰
안보, 기후변화, 보건 등 분야… 韓美 파트너십 강화 논의 필요
경제협력도 북핵만큼 중요… FTA가 양국동맹 진일보시켰듯
韓TPP 참여 땐 새로운 기회 될 것
박근혜 대통령이 다음 달 16일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미국 워싱턴을 방문하면 자연스레 북한 문제에 관심이 집중될 것이다. 무엇보다 다음 달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앞두고 북한 김정은 정권이 장거리미사일 시험 발사나 다른 유의 도발을 공언한 상황이라 더욱 그렇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도 8월 북한의 도발 이후 극적으로 형성된 남북 간 대화가 그동안 얼마나 진전되었는지 박 대통령에게 듣고 싶은 게 많을 것이다. 핵무기 개발을 추구하는 예측 불가능한 김정은 정권을 맞대고 있는 한국의 행보가 어느 때보다 복잡하고 중요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중국에 대한 많은 논의가 가능할 것이다. 마침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25일 미중정상회담 직후 열리는 만큼 한중, 미중 간 연쇄 정상회담 후 한미의 동아시아 내 역할에 대한 의견이 오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의 역내 핵심 관심사인 한일 관계의 건설적 복원에 대해서도 여러 대화가 오갈 것이다. 이렇게 동북아 외교 지형이 여러 변수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은 다시 한번 워싱턴의 관심을 받을 만하다고 본다.
나는 이 시점에서 한미동맹의 범위를 좀 더 넓히기 위해 회담에서 글로벌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데 두 정상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으면 한다. 2009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의 정상회담 결과로 나온 공동 비전 성명에서 한미 간 글로벌 파트너십은 한미동맹을 넘어 기후변화, 공중보건, 비확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가능하다고 명기한 바 있다. 최근 한미 관계가 더욱 굳건해졌다고 한다면 이는 한미가 함께 대처하고 공유할 수 있는 글로벌 이슈가 많아진 게 중요한 이유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제 한국은 명실공히 글로벌 이슈를 주도할 수 있는 ‘중간 국가(middle power)’로 스스로를 인식하고 있고, 미국은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역할 확대를 언제든 바라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활약은 그런 의미에서 상징적이다. 지난 몇 년간 한국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개최했고,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을 유치하면서 기후변화 이슈의 선도적 국가가 됐다.
한국은 이제 글로벌 안보 이슈에도 적극 관여해야 한다고 본다. 일찍이 한국은 베트남전에 참전한 바 있고 유엔 평화유지군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사실 한국의 글로벌 기업이 진출하지 않은 곳은 거의 없다. 이는 한국 정부 역시 한국인들의 손길이 미치는 곳에서 발생한 국제적 갈등이나 분쟁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상황 해결을 위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프리카에서 발생하는 인도적 차원의 문제나 특히 시리아 난민 문제에 있어서 한국이 글로벌 선도 국가로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본격적으로 고민할 시점이 됐다.
이와 함께 정상회담에서 간과해서는 안 될 주제는 양국 간 경제 협력 이슈다. 단언컨대 북핵 문제 못지않게 중요한 게 한미 간 미래 지향적인 경제 협력이다.
우선 양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2011년 발효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AT)의 성과를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 그동안 양국에서 많은 논의가 있었고 일각에선 한미 FTA의 부정적 측면을 부각시키기도 했지만 결국 한미 FTA는 한미 간 전략적 동맹 관계를 증진시키는 새로운 동력이 되었고 앞으로도 명실상부한 양국 경제 협력의 축이 될 것이다. 많은 측면에서 한미 FTA는 현재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도 영감과 본보기가 되고 있다.
물론 한국이 처음부터 TPP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미국에 불행한 일이지만, 나는 가급적 짧은 시간 내에 한국이 TPP에 참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한미 FTA가 발효된 후 양국 관계가 진일보했듯이, 한국의 TPP 참여는 여러 측면에서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TPP를 계기로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역할을 좀 더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참여는 특히 중요하다는 게 워싱턴 저변의 인식이다. 더군다나 한국이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먼저 가입한 상황이라 특히 그렇다. 이번 회담은 어느 때보다 양자 관계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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