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민족 대명절이라지만 하루 종일 상 차리고 설거지하는 여성들에게는 즐거운 일만은 아니다. 온몸이 쑤시도록 일하는데 옆에서 TV 보고 누워 자는 남자들을 보면 화병이 날 지경이다. 여성들은 명절 스트레스를 쇼핑으로 푸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엔 연휴가 끝나자마자 ‘코리아 블랙 프라이데이’가 시작된다. 내수 진작을 한다지만 전업주부들은 정작 자신을 위한 소비는 물론이고 노후 대비를 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최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55∼79세 여성의 월평균 연금수령액이 31만 원으로, 남성(67만 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여성의 기대수명(83.66세)이 남성(77.20세)보다 길고, 지난해 여성 노인 빈곤율이 47.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 대상 30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반면 노후대책은 크게 부족한 셈이다. 특히 전업주부는 ‘뒤웅박 연금’이라 할 정도로 노후대책을 오로지 남편의 연금에 기대는 사람이 많다. 유일한 의지처이던 남편이 먼저 사망하면 국민연금은 가입 기간에 따라 40∼60%로 줄어든다.
정부의 각종 대책마저 전업주부를 외면하는 일이 잦다. 올 8월 정부가 2000만 명에게 파격적 세금 혜택을 준다며 내년 시행을 예고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는 예금 펀드 보험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한 통장으로 관리할 수 있어 편리하지만 소득을 증명할 수 없는 주부와 은퇴자는 가입 대상에서 뺐다. 퇴직연금도 미국 호주 등에서는 주부가 가입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가입할 수 없다.
금융당국은 주부가 신용카드를 만들 때도 지난달부터는 반드시 남편의 동의를 받도록 관련 규정을 고쳤고, 올해 3월에는 고령자나 주부 등 ‘금융취약 계층’에게는 금융상품을 판매할 때 좀더 깐깐하게 하도록 했다. 한국 여성의 금융지식이 아시아·태평양 16개국 가운데 방글라데시 미얀마보다 낮은 15위인 탓도 있겠지만 주부들의 권리는 더 줄어들었다.
남편이 사망하고도 평균 6년 넘게 더 살아야 하는 여성과 주부들의 노후에 이처럼 손을 놓고 있다면 나중에 더 큰 사회문제가 될 것이다. 주부들의 금융지수를 높이고 노후대책을 강화하는 데 당사자들도 분발해야 하겠지만 정부의 맞춤형 지원과 대책이 따라야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