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막바지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전격 합의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다른 쟁점사안과는 달리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무차별적인 대립각이 세워지고 있다. 여당 내부의 친박과 비박, 청와대와 여당, 야당 내부의 친노와 비주류, 새정치연합과 정의당 등이 교차 대립하며 공천제도를 둘러싼 안갯속 대회전에 돌입했다.
@design******은 이 상황을 “청와대와 심상정(정의당 대표)이 동시에 ‘우리는 국민공천 반대합니다’를 각자의 수사를 동원해 웅변 중. 참여정부 당시 한나라당-민노당 연정설 이후 다시 멋진 콜라보 중”이라고 일갈했다. 안심번호 국민공천을 둘러싼 소셜미디어 반응의 특징은 ‘리트윗’이나 ‘좋아요’ 등 적극적인 판단을 표명하는 사람보다 관망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상당수 누리꾼이 오픈프라이머리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의 차이를 뚜렷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9월 30일 점심 무렵 기자들을 찾아 “안심번호 공천제는 민심 왜곡, 조직 선거, 세금 공천 등이 우려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에 김 대표는 청와대의 다섯 가지 비판 논거에 대해 “하나만 맞고 다 틀렸다. 청와대 관계자가 여당 대표를 모욕하면 되겠느냐”고 강력 반발했다. 문 대표는 청와대 반응을 비판하면서 “안심번호 공천제는 지금까지 새누리당이 주장해온 오픈프라이머리에 비해 동원 경선의 폐단을 없애고 비용을 크게 줄이는 합리적인 국민공천제”라고 주장했고, 심 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휴대폰 프라이머리를 하겠다는 것입니다. 결국 현역과 다선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인지도 싸움의 공천방식으로, 여론조사로 민주적 정당활동을 대체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9월 24일부터 30일까지 일주일 동안 트위터, 블로그 등 소셜미디어에서 공천 혹은 안심번호 연관어가 포함된 문서 수는 모두 2만4509건이 검색됐다. 청와대 논평이 나온 30일 하루에만 1만1000건이 검색돼 공천제도 개편 문제가 국민적 관심사가 됐음을 증명했다.
안심번호와 함께 언급된 전체 연관어 1위는 국민공천이 차지했다. 여야 대표의 합의가 진정 국민공천이냐 아니냐의 논란이 뜨거웠다는 뜻이다. 이어 김무성, 문재인, 새누리당, 새정치민주연합이 뒤를 이었고 여기에 청와대가 가세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체 연관어 상위 분포만 봐도 정치권이 뒤얽혀 공천제도를 둘러싼 뜨거운 공방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 소장은 트위터에 “김무성-문재인의 이동전화 임시번호 국민공천 합의는 세계정치사에 보기 드문 여야 대표 간 개인 이해에 기반한 적대적 공생의 사례로 남을 것”이라며 비판했고,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안심번호는 청와대와 상의할 일 아니다”라는 김 대표의 말을 인용하면서 “맞는 말씀! 20대 총선 공천방식까지 감 놓으라, 배 놓으라 하는 청와대의 지나친 총선 관심이 삼권분립을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bsh****는 “안심번호란 이동통신사업자가 유권자의 개인정보를 배제하고 정당에 제공하는 일회용 가상번호로, 1인 1표의 원칙을 지키며 지역 민심을 고루 반영하고 여론 조작도 막을 수 있습니다”라며 옹호론을 펼친 반면 @daes****는 “안심번호 모바일선거는 다음과 같이 위헌적: 1]직접선거 위배: 본인 여부 확인 불가, 2]평등선거 위배: 남의 핸드폰으로 투표 가능, 3]보통선거 위배: 고령층 접근 어려움, 4]비밀선거 위배: 투표 기록이 남음”이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정치는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제도화하는 것이란 말이 있다. 그런 점에서 갈등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제도 개선을 바라보는 시각에 차이를 보이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너무 쉽게 효율을 추구하는 것은 더 큰 폐단을 부를 수 있다. ‘민주주의는 비효율을 제도화한 것’이라는 말이 괜히 나왔겠는가. 기술의 진보가 곧 민주주의의 확장은 아니다. 민주주의의 확장이라는 원칙 아래서 기술을 이용하는 것이 보다 현명한 태도일 것이다.
오픈프라이머리가 이슈가 된 것은 정당활동 위축에 따른 정당민주주의의 근본적 위기 때문이다. 이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여론조사에 기댄 안심번호 공천제가 애초 오픈프라이머리가 추구했던 국민참여 정신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가, 훼손할 가능성은 없는가. 이해관계를 넘어 정치권은 이 질문에 분명한 대답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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