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이 선거법 위반으로 소속 도의원과 군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해 28일 재·보궐선거를 치르게 된 전남 함평군과 신안군에 후보를 공천하기로 결정했다. 새정치연합은 6월 혁신위의 첫 혁신안을 발표하면서 “재·보궐선거 원인 제공 시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그런데도 2일 비공개 최고위에서 함평군과 신안군의 재·보선 후보를 내기로 한 것은 혁신 약속 파기나 다름없다.
김성수 대변인은 “최고위가 혁신안을 의결하면서 재·보선의 원인 제공으로 들었던 부정부패 혐의와 선거법 위반 중 선거법 위반을 제외했다”며 규정상 이번 공천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당초 혁신위가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인한 재·보선에 무(無)공천하기로 포괄적으로 규정했음에도 최고위가 슬그머니 ‘선거법 위반’을 제외한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일이다. 오죽하면 8월 새정치연합 부산시당도 바뀐 규정을 모른 채 “우리 당 의원이 재·보궐선거 원인을 제공한 해운대 다선거구에 무공천을 결정한 것은 책임정당, 책임정치 차원에서 당연한 일”이라며 새누리당 측에 “재·보선 원인 제공 무공천을 수용하라”고 촉구했겠는가.
새정치연합은 호남지역에 후보를 내지 않을 경우 호남의 신당에 밀려 내년 총선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계산했을 것이다. 김민석 민주당 새로운시작위원회 의장은 지난달 “지금의 새정치연합이 열린우리당으로 회귀해 야당 재창출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목포시의회와 함평, 신안군의회 등에 ‘민주당 후보’를 낼 뜻을 밝혔다. 아무리 위기의식이 커졌다고 해도 명색이 제1야당으로서 ‘혁신안’을 시작부터 무색하게 만들어놓고 어떻게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지 의문이다.
10·28 재·보궐선거는 세금 낭비를 막기 위해 재·보선을 연 1회만 하기로 개정한 공직선거법에 따라 실시하는 첫 선거다. 2005년부터 10년간 13번의 국회의원 재·보선과 1번의 교육감 재선거에 투입된 예산만 878억 원이나 된다. 소속 의원의 잘못 때문에 두 번 선거를 치르게 만든 정당은 선거비용을 물어내야 마땅할 판이다. 새정치연합은 애초 국민 앞에 약속한 대로 호남지역 2곳에 후보를 내기로 한 결정부터 거둬들여야 할 것이다.
새누리당도 남의 당 일이라고 못 본 척할 것이 아니다. 부산 기장1, 서구, 사상구, 부산진1 등 소속 광역 또는 기초 의원이 원인을 제공한 곳에는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천명해야 정치개혁을 선도하는 여당답다고 할 수 있다. 여야는 이번 재·보선 때부터 선거법 위반을 포함해 어떤 이유에서든 원인을 제공한 곳에 후보를 내지 않기로 합의하기 바란다. 의원직 상실로 혈세를 낭비하게 만든 정치인에게 선거비용을 물어내도록 청구하는 방안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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