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탕웨이 부산포차에 나타나서 사진도 찍어주고 그랬다던데 보신 분들 부럽다는….” @daft*****가 트위터에 탕웨이가 소탈하게 시민들과 어울리는 사진과 함께 올린 글이다.
영화제의 주인공은 언제나 스타들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를 보려고 먼 길을 달려온 팬들이 영화제를 활력 있게 만든다. 김태용 감독과 결혼해 이제 ‘한국 새댁’이 된 탕웨이는 20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중국 배우 성룡 부모의 이야기를 그린 ‘세 도시 이야기’를 비롯해 ‘화려한 샐러리맨’ ‘몬스터 헌트’ 등 무려 세 편의 영화를 들고 참석했다. 김 감독의 아내가 아니라 세계적인 배우로 영화제의 중심에 선 것이다. 주최 측은 “사생활과 관련된 질문은 삼가 달라”고 요청했지만 스타에 대한 팬들의 짓궂은 관심을 완전히 뿌리칠 수는 없었다.
“부산영화제는 제겐 고향과 같아요. 더불어 너무도 감사한 것은 영화제 기간만큼은 남편과 만날 수 있거든요.”
1일부터 7일까지 트위터 블로그 뉴스 등에서 스무 살 부산국제영화제를 언급한 글은 11만7450건이 검색됐다. 이는 ‘다이빙벨’ 상영 논란으로 뜨거웠던 지난해 같은 기간의 언급량 8만5921건보다 다소 늘어난 숫자다. 예산 지원이 축소됐는데도 불구하고 부산영화제에 대한 관심이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영화제에 대한 긍정 언급 비율은 지난해 55.2%에서 59.6%로 늘었고, 부정 언급 비율은 지난해 21.2%에서 11.5%로 절반 가까이로 줄었다. 그만큼 뚜렷한 이슈가 없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부산영화제와 함께 언급된 인물 연관어 1위는 아이돌 그룹 엑소의 도경수가 차지했다. 지난해 영화 ‘카트’로 단연 화제의 중심에 섰던 도경수는 올해에도 영화제에서 가장 사랑받는 인물이 됐다. 2위는 개막식 사회를 본 배우 송강호가 차지했고 영화 ‘스물’의 김우빈과 강하늘이 3위와 8위에 이름을 올렸다. 앞서 언급한 탕웨이는 4위에 올랐고 김태용 감독은 9계단 밑인 13위였다. ‘돌연변이’로 영화제를 찾은 박보영이 5위, ‘협녀, 칼의 기억’의 전도연이 7위, ‘암살’의 이정재가 9위, ‘글로리데이’의 김희찬이 10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다이빙벨’의 이상호 기자, ‘카트’의 부지영 감독, 서병수 부산시장, 이용관 조직위원장 등이 인물 연관어 10위 안에 올랐던 것과 달리 올해는 인물 연관어 톱10을 모두 영화배우가 싹쓸이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정치사회적 이슈가 사라진 올해 영화제를 둘러싼 소셜미디어는 ‘사기 알바 논란’과 ‘숙소 몰카 논란’으로 뜨거웠다. @bty****가 올린 “ㄹㅍ라는 95년생 코스어(코스튬플레이어)가 부산국제영화제 측에서 코스어 알바 구한다 공고. 근데 일당 3만 원 열정페이. 문제가 불거지자 자기 비판하는 사람들 다 아가들이라며 욕하기 시작함. 영화제 측에서 우리 그런 거 구한 적 없다고 밝힘”이라는 글은 3000회 가까이 리트윗됐다. 한 트위터 사용자가 장난으로 알바 공고를 낸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weng*****는 “ㄹㅍ 부산국제영화제 코스어 모집 사칭이랍니다 아 핵사(사기)다”라고 정리해 큰 호응을 얻었다.
몰카 논란은 한 여성 관객이 숙소에서 몰카를 당했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불거졌다. “저는 친구들과 부산영화제 관객숙소 비플하우스에 투숙하던 중 새벽에 샤워실에서 몰카를 당했습니다. 환풍구 창문이 열렸고 핸드폰이 들어와서 제가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습니다.” 이 사건은 경찰에 신고 됐으나 감시 카메라가 낡아서 범인의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웠고 일부 언론의 무책임한 실명 보도도 논란이 됐다. 또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영화제 주최 측의 무성의한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영화제의 예산 삭감 논란도 적잖았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부산국제영화제 흔들리고 있다. 올해 예산 지원 반 토막, 특별지원법 입법하겠다”고 말해 찬반 논란을 일으켰고, 한편에서는 소셜미디어의 세월호 참사 피켓시위도 눈길을 끌었다.
스무 살을 맞은 부산국제영화제는 이미 세계적인 영화제로 성장했다. 성장에는 진통이 따른다. 20회째인 영화제가 뚜렷한 영화적 이슈를 만들어내지 못한 점은 반성할 대목이다. 정부의 일방적인 예산 삭감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이와 별도로 규모의 확대와 함께 희미해져 가는 영화제의 정체성에 대한 치열한 고민도 필요하다. 다시 질문해야 한다. “부산영화제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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