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김창덕]‘산학(産學) 찰떡궁합’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9일 03시 00분


김창덕 산업부 기자
김창덕 산업부 기자
지난달 독일을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노동시장 취재를 위해 찾아간 물류기업 ‘하트로트’의 인사책임자에게 인력 수급 문제는 없는지 물었다. 그는 “독일의 교육시스템이 완벽히 갖춰져 있어 기업으로서는 늘 준비된 인재들을 구할 수 있다”고 했다.

얼마나 좋은 제도이기에 기업이 “우리나라 교육시스템이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걸까. 한국에선 최고 스펙의 신입사원을 싹쓸이해 가는 대기업조차 “도대체 대학에서 뭘 배웠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을 한다는데 말이다.

독일에서는 초등학교 4학년이 끝나면 첫 번째 진로 선택의 시기가 온다고 한다.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면 인문계 고등학교인 ‘김나지움’을, 기술자나 공무원이 되길 원하는 학생들은 실업계 고등학교 ‘레알슐레’를 선택한다. 초등과정 학습을 좀 더 보완해야 하는 일부는 ‘하우프트슐레’로 간다. 독일의 대학 진학률은 30% 정도에 불과하다. 인문계, 실업계를 불문하고 대부분의 고등학생들이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그리고 실제 70% 가까이가 대학에 들어가는 한국과는 대조적이다.

하트로트의 함부르크 본사 직원은 모두 303명. 이 중 레알슐레 4∼6학년 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직업훈련 견습생이 30명이라고 했다. 레알슐레 학생들은 졸업 전 3년을 일주일에 3∼4일씩 기업에서 실무를 익힌다. 이론을 배우는 학교는 1, 2일만 간다. 하트로트는 첫 2년 6개월 동안은 견습생들이 모든 부서 업무를 경험하게 하고, 마지막 6개월은 그에게 가장 어울리는 부서에 배치하고 있다.

하트로트는 매년 10명씩의 레알슐레 4학년을 새로운 견습생으로 선발한다. 또 6학년을 마친 졸업생 10명씩은 거의 100% 정규직으로 채용해 왔다. 인사책임자는 “견습생이 그만두겠다고 하지 않는 이상 100%”라고 강조했다. 이유는 “3년간 일을 하면서 회사의 업무와 문화에 이미 적응이 돼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기업들은 훌륭한 견습생이 일찌감치 자신의 회사를 선택하도록 선의의 경쟁을 펼친다. 방법은 이들을 잘 교육한 뒤 좋은 대우로 고용하는 수밖에 없다. 하트로트 관계자는 사무실 한쪽 벽에 걸린 표창장 하나를 꼭 봐달라고 했다. 지난해 함부르크 상공회의소가 준 표창장이었다. 그는 “견습생 양성 교육을 가장 잘하는 기업에 주는 상장”이라며 “지난해 최종 시험에서 98점을 받은 함부르크 최고의 견습생도 우리 회사에서 나왔다”고 자랑했다.

기업은 국가 교육시스템의 혜택을 받아 준비된 인재를 손쉽게 구하고, 그 교육시스템은 기업들의 노력으로 완성된다. 기업과 학교가 찰떡궁합을 이루는 것이다.

독일의 교육방식에 대해서는 여러 번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도 새삼 낯설었고, 또 부러웠다.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들여 배출해 낸 대학졸업자들은 취업할 곳이 없고, 정작 중소기업은 사람을 구하지 못해 허덕이는 우리의 모습이 겹쳐져 더욱 그랬다.

독일식(式) 교육시스템이 한국 현실에서 꼭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학교가 유일한 교육기관은 아니다’라는 한 가지는 배워도 되지 않을까. 기업들이 교육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은 ‘장학금’ 외에도 참 많다는 걸 독일은 알려주고 있다.

김창덕 산업부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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