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은 우리말의 집이다. 하늘의 뜻을 받아 우리말의 집을 지으신 분에게 나는 영원히 감사를 드린다. 영혼의 말을 적는 글은 한글이다. 내가 살아온 평생 나는 한글에서 우리들의 얼을 찾았고 겨레의 음성을 또 거기에서 들었노라. 지금 그는 어찌되었을까 43년 동경 신지꾸 작은 우리의 책방에서 최현배님의 ‘우리말본’을 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던 성도, 이름도, 고향도 모르면서 그의 모습은 잊을 수 없는 그는 지금 어디에서 살고 있을까 알고 싶구나. 아버지와 어머니가 내게 가르쳐주시던 한글 그 글자 속엔 어머님의 음성과 아버지의 음성이 지금도 숨 쉬고 있다. 한글은 모국어의 집이다.
하늘 아래 이보다 더 크고 더 밝고 더 아름다운 글자가 어디 있으랴. 배우기 쉽고 쓰기 쉽고 읽기 쉽고…, 귀신이 우는 소리, 풀잎에 바람이 스치는 소리…, 세상 만물들의 몸짓, 마음짓까지도 낱낱이 적어낼 수 있는 한글을 우리는 가졌어라. 인류 가운데 으뜸의 말씀을 누리더니 그 위에 더 으뜸인 글자를 만들어 냈으니 이 거룩한 홍복을 어찌 다 이를 수 있으랴.
나는 세계 역사 속의 임금들 가운데서 겨룰 자 없는 왕중왕 대왕 세종께서 훈민정음을 창제 반포하신 1446년에서 꼭 500년이 되는 1946년 송산국민학교에 입학하여 교과서도 없이 선생이 칠판에 쓰시는 가갸거겨를 배웠다. 아뿔싸, 내가 한 해만 먼저 태어났더라면 저 나라 빼앗은 자들의 말과 글자를 입술에 묻혔을 것을 참으로 자랑스럽게도 나는 우리 오랜 역사에서 처음으로 정규 한글교육을 받은 모국어의 원년세대 또는 한글둥이라고 어깨를 펴고 있다.
백성들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 이름하신 훈민정음(訓民正音)은 1910년대 일제강점기에 들어서면서 주시경을 비롯한 한글학자들에 의해 큰(한) 글자란 뜻으로 ‘한글’이라 하였으나 나는 여기에 ‘오직 하나’의 글자라는 뜻도 보태고 싶다.
국보 70호이며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훈민정음 해례본’은 전형필이 기와집 다섯 채 값을 주고 샀다 하는데 또 하나 장물 시비에 걸려 있는 정본을 숨긴 이가 1000억 원에 팔겠다고 나섰다. 세상에! 흥정할 물건이 따로 있지. 대왕의 진노와 상심이 얼마나 크실까. 올해 97세, 한 세기를 ‘모국어의 집 한글’ ‘영혼을 적는 한글’로 시를 써오신 이 노시인의 시는 그래서 더욱 눈물투성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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