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캣맘(길고양이를 돌보는 여성)’ 살해사건이 발생한 직후 나는 채널A ‘돌직구 쇼’에서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교 저학년이 범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불행하게도 그 예측이 맞아떨어졌다. 경찰은 피해자와 같은 아파트에 사는 만 아홉 살짜리, 초등학교 4학년 남학생을 범인으로 발표했다. 기자로서 신통력이 있어서가 아니다. 아들을 키우는 엄마로서 그 또래 남자아이들이 얼마나 장난이 심하고 무모한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딸 둘이면 금메달, 아들딸이면 은메달, 아들만 둘이면 목메달이란 말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아들만 키운 엄마는 딸만 키운 엄마에 비해 평균수명이 짧고 목소리가 더 굵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남자아이들은 여자아이들에 비해 대체로 산만하고 짓궂고 공감능력이 떨어진다. ‘남자아이 심리백과’의 저자 마이클 거리언에 따르면 남자아이들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영향으로 태어나면서부터 공격성과 모험심이 강하다고 한다.
▷캣맘을 죽음에 이르게 한 소년도 호기심 많고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남자아이의 특성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아이들은 사건 당일 아파트 놀이터에서 우연히 만나 “옥상에 올라가 놀자”고 해서 자신들이 거주하지 않는 호수 라인을 통해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갔고 낙하 실험을 하겠다며 벽돌을 떨어뜨렸다. 누군가가 벽돌에 맞을 수 있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한 듯하다. 범인은 형사상 처벌을 받지 않는 미성년자이지만 설령 미성년자가 아니라 해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으로는 보기 힘들다.
▷이번 사건이 더 관심을 끈 것은 동물 보호론자를 겨냥한 증오범죄가 아닐까 하는 가능성 때문이었다. 결국 억측이었음이 드러났지만 드러난 진실이 우리를 더욱 불편하게 만든다. 아이들은 장난을 치며 성장하게 마련이다. 남의 집 초인종을 누르고 도망가기도 하고, 재미로 유리창에 돌을 던지기도 한다. 그러나 장난도 지나치면 남의 생명과 공동체, 그리고 자신마저도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일깨우는 것도 어른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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