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산다’는 혼자 사는 연예인의 일상을 소개하는 MBC 예능 프로그램이다. 아파트에 사는 대부분 출연자와 달리 밴드 ‘장미여관’의 멤버 육중완의 집은 서울 망원동 옥탑방이라 눈길을 끈다. 최근 합류한 가수 황치열도 마포의 옥탑방에서 살고 있다. 두 남자는 비좁은 방에서 자취생처럼 생활하지만 옥상에서 뽀송뽀송하게 빨래를 말리고 삼겹살도 구워 먹는 ‘옥탑방의 소박한 낭만’을 즐긴다.
▷옥탑방은 한국 드라마의 단골 배경이다. 2003년 40% 시청률을 올린 ‘옥탑방 고양이’가 대표적이다. ‘괴로워도 슬퍼도’ 꿋꿋한 만화 주인공 캔디와 닮은 드라마 속 여주인공은 십중팔구 옥탑방에서 산다. 재벌집 남자 주인공이 사는 저택과 대비되는 고지대 옥탑방에는 대개 휘황한 야경도 덤으로 따라온다.
▷옥상의 가치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건물의 옥상에 정원을 잘 꾸며 놓고 휴식과 비즈니스 공간으로 쓰는 사례가 늘고 있다. 부산에 들어서는 국내 최고층 아파트(85층) ‘해운대 엘시티 더샵’의 높은 청약 경쟁률이 요즘 화제다. 이 아파트에 6채의 펜트하우스가 있다. 3.3m²당 7000만 원의 사상 최고 분양가로 2가구를 68억 원에 모집한 ‘244m²B’ 펜트하우스는 68.5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사방으로 트인 전망에 단독주택 같은 프라이버시까지 누릴 수 있는 펜트하우스는 ‘하늘 위에 지은 집’으로 불린다. 전 세계 주요 도시마다 초고층 건물의 꼭대기 층은 글로벌 자산가들이 선호하는 주거 공간이다. 재력과 지위를 과시하기에 안성맞춤인 데다 ‘가진 자 중에도 가진 자’들만 거래하는 희소성으로 투자가치도 높은 편. 미국 뉴욕의 맨해튼에 새로 들어선 주상복합아파트 ‘432파크애버뉴’는 미국에서 세 번째 높은 건물로, 펜트하우스가 완공 전 9500만 달러에 팔렸다. 경제전문지 포천은 이 건물을 ‘글로벌 슈퍼리치의 증가 시대를 알리는 기념비’ ‘역사적인 불평등의 집’이라고 표현했다. 궁핍의 상징 옥탑방과 슈퍼리치가 몰려드는 펜트하우스, 갈수록 그 간극이 벌어지는 양극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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