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에는 전국 방방곡곡에서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열린다. 이달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우리에게 중요한 또 하나의 날이 더 있다. 바로 ‘한복의 날’이다. 한복의 날은 한복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한복의 우수성과 산업적·문화적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1997년 시작됐다. 이날은 한복을 입기 가장 좋은 시기인 10월 중에 정한다. 지난해부터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산하의 한복진흥센터가 주최, 주관을 맡아 행사를 벌이고 있다.
올해 ‘한복의 날’인 21일에는 서울 경복궁의 흥례문 광장에서 ‘달빛 한복 패션쇼’가 열린다. 서울의 중심이자 조선 건국의 상징인 경복궁을 행사장으로 삼은 것은 한복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널리 알려 관광 콘텐츠로서 한복의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함이다. 실제로 최근 드라마나 케이팝(K-pop)에서 비롯된 한류 열풍이 우리 복식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며 한복이 세계적으로 주목받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일본에서는 혼례나 축제, 국경일, 입학·졸업식 등에 전통의상 ‘기모노’를 입고 즐기는 문화가 잘 형성돼 있다. 의류 브랜드들도 기모노 용품을 적극적으로 내놓는다. 베트남 ‘아오자이’는 1900년대에 뒤늦게 만들어졌지만 지속적인 개선정책으로 베트남의 민족의상으로 자리 잡았다. ‘차이니스 드레스’라 불리는 중국 ‘치파오’ 역시 지속적인 개량으로 실용성까지 보완해 대중적 복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전통 복식의 현대화, 세계화에 성공한 나라의 공통점은 바로 자국민의 착용이 시발점이 되었다는 것이다. 지금 한복에 가장 필요한 것 역시 바로 우리 안에서부터의 관심이다. 후세에 계승·발전되지 못하는 유산은 의미가 없다. 자국민에게조차 사랑받지 못하는 세계화 역시 허상에 불과하다. 유품으로서의 한복에 숨겨진 메시지는 바로 ‘나를 보아주세요.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세요’라는 외침일 것이다.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복을 패션이자 놀이로 받아들이며 즐기는 새로운 문화가 형성되고 있어 반갑다. 올해 ‘한복의 날’이 이러한 분위기를 뜨겁게 달구는 신호탄이 되어 한복이 일상 속의 우리 옷으로 자리매김하길, 또 새로운 한류 콘텐츠로 우뚝 서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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