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1일은 제70주년 경찰의 날이다. 광복 이후 우리 경찰은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는 물론이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에서 경찰은 고생한 만큼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 필자가 경찰청장으로 재임하던 때도 불철주야 국민의 편에 서서 봉사하는 경찰이 절대다수임에도 불구하고 경찰을 보는 시각은 이들이 흘린 땀방울에 비해 인색하고, 경찰에 대한 잘못된 인식도 많았다.
흔히 경찰을 갑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 을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일하는 존재가 경찰이다. 특히 대한민국 경찰이 해야 할 일은 매우 다양하다. 불법시위 등 사회적 갈등과 대립이 끊이지 않고 강력사건과 교통사고 등 생활치안의 수요가 엄청나다. 형사 고소사건이 일본의 60배 수준이고, 경찰서는 술 취한 사람들의 욕설과 폭력의 장소가 되어 잠시도 쉴 틈이 없다.
기본적으로 국민에 대한 치안 서비스는 예방 치안이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이 같은 경찰의 예방적인 역할을 간과하는 측면이 있다. 선진화의 척도는 공권력에 대한 인식에서 찾을 수 있다. 권위주의는 불식돼야 하지만 공권력의 권위마저 부정돼서는 안 된다.
필자가 과거 외교관 시절 영국에서 실감한 경찰에 대한 영국 국민의 존경과 신망은 절대적이었다. 필자가 도난당한 물건을 찾아주는 과정에서 경찰이 보여준 신뢰감 있는 행동은 영국이 왜 선진국인지를 알게 해주었다. 경찰이 바로 서야 선진국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 경찰에 투신한 계기가 되었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 사회도 신뢰받는 경찰의 존재가 선진화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경찰 또한 국가관이 확실하고 역량 있는 젊은이들이 경찰의 길을 선택할 정도로 매력 있는 직업이 되어야 한다.
이 순간에도 국민의 곁에서 땀 흘리고 있는 경찰관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이들이 ‘국가와 국민에게 책임을 다하는 희망의 새 경찰’로 튼튼히 뿌리내려 선진 사회의 소중한 밑거름이 되도록 용기를 북돋워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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