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팔은 뇌물을 준 경찰 해경 검찰은 물론이고 고위 공직자와 정권 실세, 정치인들 명단을 생명보호 장치처럼 지니고 다닌다 합니다. 그가 잡히지 않은 이유 중 하나겠죠?”
표창원 박사의 트윗은 조희팔 사건을 대하는 누리꾼들의 심리를 반영한다. 4조 원대 다단계 사기로 3만 명이 넘는 피해자를 양산한 조희팔은 살아 있을까. 살아 있다면 왜 경찰은 결정적인 물증도 없이 사망 발표를 한 것일까. 대구지방경찰청 조희팔 사건 특별수사팀이 22일 그의 오른팔 강태용에게 돈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구속된 전직 경찰관 정모 씨(40)를 검찰에 송치하면서 의문은 더욱 커지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는 이것이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에 따르면 정 씨는 대구지방경찰청 수사2계에 근무하던 2007년 8월 대구 동구에 국내 유명 프랜차이즈 제과점을 개업하면서 강태용 측에서 1억 원을 받았다고 한다. 경찰은 16일 구속된 정 씨와 주변 인물들을 상대로 추가 조사한 결과 정 씨가 뇌물을 챙긴 지 1년여 후인 2008년 10월께 강태용 일당에게 수사정보를 사전에 유출한 혐의도 포착했다.
논란이 커지자 경찰청은 뒤늦게 조희팔 수사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정용선 경찰청 수사국장은 “사건을 원점부터 전면적으로 다시 본다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정 수사국장은 “죽었다고 본다”고도 했다. 죽은 사람 검거를 위해 TF를 구성한다는 것은 사실상 코미디다. @scha****는 “피해자는 3만 명, 피해액만 4조 원대를 사기치고 중국으로 밀항하여 사망했다던 조 씨가 중국에서 심심치 않게 목격되고 있다. 검찰은 이 사건을 재수사해야 하고 뇌물 받아 처묵은 공직자들을 엄중 처벌해야 합니다”라고 말해 큰 호응을 얻었다. 경찰의 TF와는 별도로 이른바 ‘SNS 수사대’라는 말이 트위터를 비롯한 SNS에 자주 등장하는 이유다.
15일부터 22일까지 트위터 블로그 등 SNS에서 조희팔을 언급한 문서는 모두 1만128건이 검색됐다. 세간의 관심에 비해 언급량이 그리 많은 것은 아니다. 최근 국정 교과서를 둘러싼 논란이 거의 쓰나미처럼 SNS를 휩쓸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 차례 태풍이 지나간 ‘묵은 사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 당사자인 박관천 경정 등의 연루설 등이 나오면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만약 정치인 연루설이 사실로 확인되면 사건의 파장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조카 유모 씨의 자살에도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경찰은 음독자살로 결론 내렸지만 곧이곧대로 믿는 누리꾼은 많지 않다. @yoji****는 자살 소식을 전하면서 “이 나라에서 키맨은 모두 죽는다. ㄷㄷㄷ”이라고 풍자했다.
조희팔의 고향을 탐문한 한 언론사는 주민들이 “조희팔이 죽었다는 사실을 믿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부분 그의 사망을 믿지 않고 있으며 죽었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에도 전혀 슬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sinb*****는 고향 소식을 전한 기사를 링크하면서 “조희팔이 살아 있다면 유병언도 살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 경찰과 검찰이 거대 범죄조직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깊은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누리꾼들의 관심은 우선 경찰에 쏠리고 있다. 조희팔과의 광범위한 커넥션으로 인해 부실수사가 이뤄졌고 사망 발표도 사건을 은폐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이다. 이를 반영하듯 조희팔과 함께 언급된 전체 연관어 1위가 경찰, 2위가 수사다. 중국, 검찰, 사망이 뒤를 이었다. 의혹의 시선이 검찰에게도 향하고 있고, 조희팔이 사망했는지에 큰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최근엔 조카의 자살 소식이 많이 퍼졌고 뇌물, 로비 같은 키워드도 10위 안에 이름을 올려 4조 원대 사기사건이 부정부패와 연관돼 있다는 여론이 더욱 확산되고 있음을 드러냈다.
직접 중국으로 가 조희팔의 흔적을 추적한 표창원 씨는 조희팔이 죽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첫째, 사망 확증이 없고, 둘째, 목격자들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고 들었다. 합리적 의심인 셈이다. 표 씨는 조희팔의 오른팔 강태용이 검거된 것도 “사망 사실을 증언하기 위해 일부러 붙잡혔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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