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자신이 기르던 강아지를 찾는다는 전단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한 재래시장에서 아침 일찍 사라졌다는 상황 설명과 함께 굵은 글씨로 써진 연락처까지. 누가 봐도 다급한 상황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진은 현재 SNS에서 ‘유머 자료’로 분류돼 널리 퍼지고 있습니다. 강아지 실종 전단이 코믹한 사진물이 된 까닭은 뭘까요. 이유는 ‘육구시타리아’에 있었습니다. 전단에 적힌 강아지 종(種)은 육구시타리아. 한 번 들어서는 알 길이 없는 단어입니다. 하지만 여러 번 되풀이해 발음하다 보면 알게 될 겁니다. ‘요크셔테리어’를 표현하려 했던 단어였다는 것을.
외계어도, 방언도 아닙니다. 외래어 표기법에 익숙지 않거나, 단어 자체를 잘 몰라 생긴 사례입니다. SNS에서는 이처럼 누리꾼들의 국어 실력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오죽하면 이른바 ‘맞춤법 파괴 사전’까지 나돌고 있을까요.
육구시타리아와 함께 최근 주목 받는 단어 중 하나는 ‘곱셈추위’입니다. 한 누리꾼이 친구와 나눈 메신저 대화가 SNS에 공개되면서 알려진 단어입니다.
“요즘 너무 춥지 않니? 마치 곱셈추위 같아….”
이 말을 들은 해당 누리꾼은 물었습니다.
“곱셈추위가 뭐야? 혹시 꽃샘추위 말하는 거니?”
누리꾼의 친구는 꽃샘추위를 곱셈추위로 표기하는 줄 알고 있었던 겁니다. 추위의 정도를 사칙연산을 통해 표현하는 걸로 생각했나 봅니다.
맞춤법 파괴 사례에도 수위별 단계가 있습니다. ‘안 돼’를 ‘안되’ 혹은 ‘않되’, ‘실업계’를 ‘시럽계’로 쓰는 등 원래 단어를 유추할 수 있는 정도면 유머로 봐줄 수 있습니다. 의료보험카드를 ‘어르봉카드’, 외숙모를 ‘애숭모’, OMR카드를 ‘오회말카드’, 남아일언중천금을 ‘마마잃은 중천공’으로 쓰는 등 어마어마한 수준의 맞춤법 파괴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이를 활용한 마케팅 사례도 SNS에 등장했습니다. 스마트폰에는 맞춤법 검사 프로그램이나 틀린 단어를 퀴즈 형태로 알려주는 응용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이 잇달아 등장했습니다. ‘4월의 화사한 벅’(벚꽃) 같은 임옥굽이(이목구비)의 그 얘(애)만 생각하면 항상 왜간장(애간장)이 탔다…’는 식으로 틀린 맞춤법 단어를 사용해 만든 소설이 SNS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이런 맞춤법 오류가 단순히 ‘SNS 유머’로 끝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최근 취업포털 사이트 커리어가 구직자 315명을 대상으로 입사지원서를 쓸 때 가장 어려운 점을 조사했더니 응답자의 36.4%가 ‘맞춤법’이라고 답했습니다. 응답자의 38.7%는 그 이유에 대해 ‘평소에 글을 쓸 일이 별로 없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이는 비단 젊은 세대만의 문제는 아닐 겁니다. 스마트폰 메신저 프로그램이나 트위터 등을 통해 단문으로 소통하다 보니 제대로 된 문서를 작성하거나 진지한 글을 쓰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육구시타리아’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책읽기 운동을 해야 한다는 누리꾼들의 자성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단순한 유머로만 보다가는 한글에 대한 명예회손이라며 세종대왕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지 모를 일입니다.(눈치 채셨지요? 명예회손이 아니라 명예훼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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