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예산심의 최대쟁점은 보육비 지원사업인 누리과정
교육투자 안정성 중요하지만 세수 전망 불투명한데 교육비 비중만 확대는 곤란
예산심의는 조직 이기주의 아닌 국가적 견지서 평가-조정해야
바야흐로 예산심의의 계절이 돌아왔다. 2016년 예산심의의 최대 쟁점은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논란이다. 누리과정은 3∼5세 미취학 아동에 대한 보육비 지원사업이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동에게 교육·보육 공통 과정인 누리과정을 가르치고 교육·보육료를 지원하는 내용이다. 보건복지부에서 담당하던 어린이집 누리과정을 작년에 교육부로 단일화하면서 시도교육청이 어린이집 예산도 부담하게 됐다. 그러나 일부 시도교육청은 재원 부족을 이유로 관련 예산을 편성하지 않아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26일 열린 국회 예결위 공청회에서도 누리과정을 둘러싼 논쟁이 치열했다. 왜 무상보육 공약을 지키지 않느냐, 우리나라처럼 인적자원을 중시하는 나라에서 왜 교육비에 인색하게 구느냐는 비판이 거세더니 결국 내국세 20.27%로 고정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규모를 25%로 인상하자는 야당의 주장이 나왔다.
놀라운 점은 그간 앞뒤 사정이 다 삭제되고 중앙정부와 지방 간의 문제로 치환되더니, 급기야는 교육을 중시하는 야당이 교육을 등한시하는 정부를 공격하는 구도가 출현했다는 점이다.
모두 본질을 한참 비켜나 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비율을 높이든 낮추든 국민의 부담이라는 점은 바뀌지 않는다. 핵심은 다른 지출에 비해 교육비 비중을 늘리는 것이 현 시점에서 적절하냐는 것이다.
이를 제대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교육재정을 둘러싼 근래 논의의 시작은 저출산과 함께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아동 수다. 2015년 현재 7∼18세 아동은 635만 명이지만 20년 후에는 약 20%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2012년 누리과정이 도입될 때 교육부가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누리과정 비용을 순차적으로 떠맡겠다고 자발적으로 나선 것은 아동 감소로 교육비 소요가 줄어들 것을 고려한 조치였다.
교육부로서는 초중고교 교육비를 충당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내국세 비율을 유지할 명분을 확보하기 위해 복지부가 감당하던 보육비 일부를 부담하겠다고 나설 필요가 있었다. 재원 조달을 마중물로 삼아 3∼5세 교육과 보육을 모두 교육부 소관으로 단일화하겠다는 오래된 소망을 실현하려는 것이다.
최근 예상보다 세금이 덜 걷히면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확보가 어려워진 것이 누리과정 논란을 촉발시킨 것은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교육계의 오랜 숙원을 반영해 국가적인 결정에 따라 누리과정을 교육재정교부금으로 부담하기로 한 이상, 전반적 재원이 부족하다고 해서 누리과정 비용을 콕 집어 추가적으로 내놔라 할 문제는 아니다. 세수 사정이 열악해 모든 중앙부처가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교육지출 전반에서 효율화할 부분이 있는지 찾아보는 것이 우선이다.
그런 후, 여의치 않다고 판단된다면 이러한 부족 상태가 장기적인 상황인지, 아동 수가 줄어들면서 완화되는 문제인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시적이라면 채권 발행으로 일단 자금을 당겨쓴 후 차후에 교부금이 남아돌 때 충당하면 된다.
누리과정 논란을 정치화하는 행태 역시 실망스럽다. 내국세의 25%까지 교육재정교부금 비율을 높이자는 주장에는 아동 수 감소 추세나 교육의 질을 고려한 장기투자 소요 등에 관한 어떤 분석도 뒷받침되지 않았다. 아무리 시도교육감 상당수가 야당 소속이라도, 마치 전체 세수 중 교육재정교부금을 양껏 떼내 시도교육청에 넘겨주는 것이 진보인 양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내심 이에 동조하며 국고 보조를 기대하는 교육부도 냉정하게 주위를 둘러봐야 한다. 교육예산은 국내외 상황의 무풍지대인 것처럼 간주하던 고질적 행태는 이제 시정돼야 한다.
근본적으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내국세 일정 비율로 고정시킨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의 규정부터 삭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교육투자의 안정성이 중요하다는 점에 십분 동의하지만, 아동 수가 줄어들고 세수 확보도 불확실한 상황이니만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사정에 맞게 주기적으로 조정될 필요가 있다. 5년 정도의 주기로 교육예산을 재평가하고 조정한다면 교육투자의 안정성과 유연성을 함께 담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신축성마저 거부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예산심의는 국가적 견지에서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관점을 필요로 한다. 개별 주체들이 독립운동하듯 비타협적으로 투쟁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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