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때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김만복 씨가 석 달 전 새누리당에 입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그것도 자신의 주소지인 서울 광진구의 새누리당 당원협의회에 팩스로 입당 원서를 냈대서 화제다. 경력란에 ‘전(前) 국정원장’이라고 썼지만 새누리당은 탈당 전력 같은 결격사유가 없다며 바로 입당시켰다. 김무성 대표는 “새누리당에 희망이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선 탄식이 나왔다. 박지원 의원은 “김만복스럽다. 황당하다”고 했다. ‘노무현스럽다’라는 노 정부 시절 유행어의 변종이 절로 터진 모양이다.
▷김 씨는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 공채 출신의 정통 정보맨이라 직원들의 기대가 대단했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실망으로 변했다. 그는 2007년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에 납치된 샘물교회 교인들을 구해낸 뒤 실무협상을 맡은 국정원 요원인 ‘선글라스맨’을 노출시키며 공적을 과시했다. 2007년 대선 하루 전날에는 북한을 방문해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에게 “이명박 당선”을 예고하고 돌아와 언론에 흘렸다가 물의를 빚자 사퇴했다.
▷국회의원 출마는 김 씨의 오랜 소망이었다. 그는 부산 기장군 출신이다. 국정원장 재직 때 기장군민 수백 명을 국정원에 초청했다. 명절이면 지인들에게 꼭 기장 미역을 선물로 돌렸다고 한다. 지금은 기장에 3개의 사무실을 꾸리고 있다. 오래전부터 출마를 준비해 왔다는 얘기다. 부산에서 출마하려면 새누리당 간판이 유리하고, 새누리당이 오픈프라이머리를 채택할 경우 해볼 만하다고 여겼을 것이다.
▷김 씨는 기행과 경박한 처신으로 여야 모두로부터 지탄(指彈)을 받은 지 오래다. 여기서 이 말 하고 저기서 저 말 하며 국가 기밀을 마구 흘려 ‘정보 장사꾼’이란 소리도 듣는다. 새누리당에 입당하고도 숨긴 채 10·28 재·보선에서 새정치연합 후보를 지지하는 발언을 한 것이 사실이라면 정치도의마저 엉망이다. 그런 기질과 자질로 국정원장을 한 게 놀랍지만 이번 팩스 입당으로 김 씨는 자신을 기용해준 주군을 또 한번 욕보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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