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박현선]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최선, 그리고 희망입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7일 03시 00분


대학입시는 사회 향한 첫걸음일뿐
힘든 시간 견뎌온 수험생 여러분 어떤 결과를 얻든
꿈과 열정 잃지말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

박현선 서초고 교사
박현선 서초고 교사
돌아보니 숨 가쁜 일 년이었습니다.

고3 담임을 맡은 올해도 생활기록부 관련 업무에 진학 지도, 수시 상담까지 하느라 벅차고 바쁜 일 년이었지요. 그런데 이제 와서 돌아보니 그런 업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지금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격려와, 당장 결과가 눈에 보이지 않아도 괜찮다는 위로, 노력하는 자에게는 복이 있으리라는 희망의 다독임을 더 듬뿍 해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요즘은 입시가 예전 같지 않다고들 합니다. 수시 전형도 여러 가지이고 유사한 전형이더라도 대학마다 방식과 기준이 천차만별이지요. 이렇게 다양한 수시 전형 일정은 대부분의 대학에서 이미 진행 중입니다. 학생부 종합전형을 지원한 학생들은 자기소개서와 추천서를 준비하느라 그동안 분주했는데 이제는 남은 면접을 잘 준비할 때입니다. 논술전형을 지원한 학생들은 기출문제를 통해 논술을 실제 많이 써 보고 첨삭을 받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학생들끼리 상호 첨삭하면서 다른 학생의 글을 읽어 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수능 최저 기준도 끝까지 신경 써야겠지요. 적성고사를 치르는 대학은 거의 시험을 보고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습니다. 적성고사 선발 인원이 줄어서 힘들겠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하길 기원합니다. 예체능을 전공하는 학생들도 가장 힘든 시기입니다. 수시에는 선발 인원이 적고, 정시에는 수능 후에도 쉬지 못하고 실기 연습을 하려니 몸도 마음도 얼마나 힘이 들까요. 전문대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지금 진행 중인 수시 2차를 잘 활용해야 합니다. 특히 수시 2차에서는 추가 합격 가능성이 높으니 진로에 맞게 잘 지원하길 권합니다. 이외에도 학생부 교과 전형이나 특기자 전형 등 본인이 선택한 전형에서 좋은 결과를 얻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길 바랍니다.

그리고 다수의 수험생, 특히 이미 고등학교를 졸업한 재수 이후의 수험생들은 이렇게 다양한 수시 전형에 지원한 학생들이 부럽고 상대적으로 위축되는 기분이리라 생각합니다. 정시만 바라보고 수능을 준비하는 많은 수험생은 또 그들 나름대로 어깨가 얼마나 무거울까요. 수능 당일까지 여러 번 시험 시간표대로 시뮬레이션을 해보고 마음을 편안하게 다스려서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랍니다.

혼란한 입시판에서는 여러 가지 소문이 떠돌기도 합니다. 누구는 요행으로 실력보다 높이 붙었다더라, 누가 다니는 어느 학원을 다녀야 합격한다더라 등등 말이지요. 그런 말들이 수험생과 부모님들을 가장 불안하게 합니다. 묵묵히 계획대로 실천하다가도 맥이 빠지지요. 나만 뒤처진 것은 아닌가. 해 놓은 것도 없는데…. 저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으나 이런저런 고민과 혼란으로 보낸 시간도 많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그래도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입시는 사회로 향하는 첫 번째 발걸음이라는 것입니다. 출발부터 힘차게 나가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첫걸음이 좀 늦었다고 해서, 첫걸음의 보폭이 좀 작았다고 해서 긴 인생의 여정이 판가름 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삶의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이루려는 열정과 자신감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리라 믿습니다.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라는 말처럼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꿈을 향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길 응원합니다.

올해 제가 맡은 반에는 35명의 학생이 있습니다. 담임을 맡으면 그 반에 대한 애정이 생기는 것은 매년 같지만, 유난히 올해 우리 반 학생들은 얼마나 예쁜지 모릅니다. 요즘 고등학생들이 종례를 하고 집에 갈 때 한 명 한 명 제게 인사를 하고 돌아간다고 하면 다들 정말이냐며 놀랄 정도지요. 정말 착하고 예쁜 학생들입니다. 진심으로 우리 아이들이 입시에서 좋은 결과를 얻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입니다. 부디 수능 날 떨지 말고 자신감을 갖고 최선을 다하길 바랍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입시에서 어떤 결과를 얻든, 좌절하거나 낙담하지 않고 다시 한 번 숨고르기를 하고 본인이 결정한 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갖길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 이 마음이 모든 수험생을 지켜보는 부모님들과 교사들의 마음이겠지요. 힘든 시간을 견뎌온 여러분이 기특하고 대견합니다. 마지막 힘을 내 봅시다.

박현선 서초고 교사
#수능#대학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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