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어제 “저의 거취와 관련해 여러 의견들이 계속되는 것은 국정 운영의 측면에서 볼 때 바람직하지 않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경북 경주가 고향인 정 장관은 사실 작년 7월 입각 때부터 총선 출마 소문이 꼬리를 물었다. 그는 장관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다할 생각”이라고 했고, 총선 출마와 관련해서는 “여러분의 의견을 듣고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빙빙 돌려 말했지만 결국 총선에 나가겠다는 얘기다.
정 장관은 올 8월 새누리당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총선 필승” 건배사로 물의를 빚었다. 당시 사과와 함께 “장관으로서 소임을 다하겠다. 총선에 출마할 생각은 없다”는 말까지 했으나 위기를 모면하려는 거짓말이 돼 버렸다. 기왕 총선 출마를 위해 장관직을 사퇴할 거면 차라리 그때 그만두는 게 떳떳했다. 정 장관이 취임 두 달 만인 지난해 9월 “내각제였으면 국회를 해산할 상황” 같은 발언을 한 것을 보면 장관 자리를 국회 진출의 징검다리로 삼았다는 생각마저 든다.
박근혜 대통령은 10월 19일 현역 의원인 유일호 국토교통부,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을 약 7개월 만에 교체하는 1차 총선용 개각을 단행했다. 정 장관에 이어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총선 출마를 위해 조만간 사의를 표명할 것이라고 한다. 현역 의원인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황우여 사회부총리, 김희정 여성부 장관의 국회 복귀도 기정사실이다. 총선용 개각이 앞으로 줄줄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올 2월 여당 의원들의 입각과 관련해 “개혁을 성공하지 못하면 돌아올 생각을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총선 출마를 위해 장관직을 그만두는 인사들이 성공적으로 맡은 바 소임을 다한 것으로 보기 힘들다. 그런데도 청와대와 친박(친박근혜) 쪽에서 김 대표가 주창해온 100% 국민공천제에 제동을 건 것이 이들에게 전략공천으로 보은 또는 포상 공천을 주려는 포석이라면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장관들이 제각기 형편에 따라 그만두는 ‘찔끔 개각’은 국민에게 피로감만 준다. 이미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장관들이 일을 제대로 하겠으며, 곧 떠날 장관 밑에서 공직사회의 영(令)인들 바로 서겠는가. 공공 노동 금융 교육 등 4대 개혁을 추진할 골든타임이 모래시계처럼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이 개혁의 동력을 살리고 집권 후반기를 성공적으로 꾸려가려면 총선 출마 여부를 떠나 내보낼 사람은 과감하게 내보내고 참신하고 능력 있는 인사들로 조기에 내각의 새판을 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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